김정은, 美본토 때릴 미사일 기술 받고…푸틴, 우크라戰 포탄 챙긴다

박상곤 기자, 김지훈 기자 2023. 9. 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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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보스토치니 AFP=뉴스1) 홍유진 기자 =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09.13/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두 악동이 다시 만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년 5개월 만에 회동했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하기 위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추진잠수함 기술이 필요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포탄이 절실하다. 두 정상이 이번 만남을 통해 서로에게 필요한 이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교환할지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쯤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소재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문은) 북러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중시하는 조선노동당과 북한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회동에 의미를 부여했다. 푸틴 대통령도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우리가 우주기지에서 회담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인공위성 개발 관련 대북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만큼 북한의 군사 인공위성 뿐 아니라 이와 같은 기술을 활용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해 러시아의 기술 이전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군사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뒤 오는 10월 3차 시도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 등을 위해 개발 중인 ICBM의 경우 최종단계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관건인데, 북한은 이 부분에서도 러시아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본토에 대한 핵 공격을 위한 또 다른 운반수단인 핵추진잠수함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에 있어서도 북한은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 정찰위성 및 ICBM과 핵추진잠수함은 김 위원장이 2021년 지시한 5대 국방 과업 중 하나로, 2026년까지 개발 완료가 목표다.

러시아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차로 접어든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거세지면서 북한의 포탄 등 재래식 무기 지원이 절실해졌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 외에 대규모 무기 조달을 지원해줄 수 있는 나라를 찾긴 어렵다. 지난 7월27일 세르게이 쇼위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을 방문해 북·러 간 무기 거래 협상의 물꼬를 튼 바 있다. 김 위원장 또한 지난 8월6일 방사포탄 공장 시찰에 나서며 122㎜와 240㎜ 포탄에 유도기능을 부여했다고 과시했는데, 122㎜ 포탄은 러시아 등 동구권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포 구경에 해당한다.

두 정상의 회담 장소로 선택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소련 시절 우주대국의 위상을 찾고자 새롭게 건설해 2016년 처음 로켓을 발사한 장소다. 러시아 입장에선 자국의 우주기술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북한에 첨단기술을 이전하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기지가 위치한 러시아 아무르주의 소도시 스보보드니는 러시아어로 '자유'를 뜻하는데, 1921년 당시 러시아 붉은 군대의 통수권 접수를 거부한 한인 망명 독립군들이 포위 진압된 '자유시 참변'이 일어난 곳이 바로 여기다.

(보스토치니 AFP=뉴스1) 홍유진 기자 =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대화를 나누며 손가락으로 반대편을 가리키고 있다. 2023.09.13/ ⓒ AFP=뉴스1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도 오는 1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하기 위해 러시아로 향할 예정이다. 북한에 이어 중국까지 나서면서 한미일 협력체계에 맞선 북중러의 밀착 행보가 더욱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일과 북중러 블럭 간 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신냉전기에 들어와 미·러 관계가 워낙 나빠졌기 때문에 러시아가 한반도 비핵화 평화 문제도 미·중 대립의 맥락에서 보는 경향이 현저해졌다"며 "옛날처럼 (러시아로부터)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하기는 점점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러시아의 기술 지원으로) 핵무기를 탑재한 북한 (핵추진)잠수함이 미국 본토 앞까지 간다면 미국에 얼마나 충격적인 사건이겠느냐"며 "그렇게 되면 미국도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겠다고 할 때 막을 수 있는 동기가 줄어든다. 또 한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갖겠다고 할 때 미국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동기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북한은 북러 정상회담을 1시간 앞두고 동해상으로 SRBM(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쏘는 도발을 벌였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우리 군은 오늘 11시45분경부터 11시53분경까지 북한이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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