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영토 넓히는 한화오션 “초격차 방산 솔루션 장착, 글로벌 1위 도약”
경남 거제에 전천후 건조시설 신축…품질 향상 기대
(시사저널=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글로벌 1위 해양방산 기업으로 거듭나 경제 활성화는 물론,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키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국내 해양방산 대표기업으로 꼽히는 한화오션이 글로벌 영토 넓히기에 고삐를 단단히 죄고 있다. 특히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9월 들어 해외에서 적극적인 '세일즈 행보'에 나서는 등 그룹 차원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빠른 성장세를 보이리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해외 생산기지 거점 확보와 수요 대응에 9000억원 등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과 영업이익 5조원 달성 목표도 밝혔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가치 증대와 원가 절감을 고려한 추정치"라며 "한화그룹의 독보적인 방산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사업에서의 수익 창출과 시너지 효과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향후 10년간 세계 함정 시장을 9860억 달러(약 1320조원)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한화오션은 잠수함과 수상함을 포함해 총 2430억 달러(약 325조원) 규모의 시장에 참여할 계획이다. 해외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안보 수요에 대응하면서 글로벌 '초격차 방산'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이다.
거제에 국내 최초 수상함 동시 건조시설 신축
한화오션은 국내 최초로 수상함 2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전문 시설을 거제사업장에 신축할 계획이다. 실내 탑재 공장은 야간 작업이 가능하고, 우천과 태풍 등 기상 악조건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아 고품질 제품의 적기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한화오션은 조립공장 추가 확보를 통해 잠수함 해외수출, 국내 사업 물량도 소화할 계획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2029년부터는 연간 수상함 4척과 신조 잠수함 5척 이상을 건조할 수 있도록 관련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화의 적극적인 투자 움직임에 사업장이 위치한 경상남도 거제시는 조선 업황 부진으로 침체됐던 지역 경기가 부활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종우 시장은 행정적 지원과 협력을 약속하며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고, 거제 시민들도 활기 넘치는 지역경제를 희망하고 있다. 앞서 박 시장은 올 6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화오션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기대한다"면서 "조선산업의 도약을 위해 다방면에 걸친 행정적 지원으로 지역 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그룹 주요 방산 계열사와 연계한 서비스로 MRO(Maintenance, Repair & Overhaul·항공기 정비) 사업의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방산 수출시장이 확대되면서 무기를 도입한 각 국가들은 유지와 보수, 운영 수요가 생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MRO 시장은 전체 방산 시장의 60~70%에 달한다는 전망이 있어 방산 수출 규모가 커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MRO 시장은 안정적 매출과 수익을 보장해 준다는 시각이 우세해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은 함정 사업 전 분야의 라인업을 갖춘 유일한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1981년 방산 업체로 등록한 이후 1983년 초계함인 안양함 인도를 시작으로 올해 8월 기준 109척의 군함을 성공적으로 건조하는 성과를 냈다.
"순수 국산 기술로 3000톤급 중형잠수함 완성"
한화오션의 잠수함 수주 역사는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화오션은 그해 대한민국 해군으로부터 209급 잠수함 1번함인 장보고함을 최초로 수주했다. 이어 209급 9척, 214급 3척, 3000톤급 신형 잠수함 4척, 인도네시아 잠수함 6척 등 총 22척의 수주를 따냈다.
2017년 인도네시아에 나가파사 잠수함을 수출하면서 기술도입국 중 처음으로 '잠수함 수출국'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독일에 이어 세계 5번째 잠수함 수출국가에 진입한 것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잠수함 건조 실적으로 단연 독보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형잠수함을 순수 국산 기술로 완성했다는 점은 수출 경쟁력 차원에서도 글로벌 경쟁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사실상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화오션은 2012년 12월 수주한 해군 3000톤급 잠수함 1·2번함을 최종 인도했다. 장보고-Ⅲ 사업이다. 2021년에는 취역 후 첫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에 성공한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지난해 12월 장보고-Ⅲ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의 장비 국산화률을 76.2%까지 끌어올렸다.
이후에도 잠수함 작전 성능과 생존성을 높여주는 음향측심기, 음탐기 비콘, 발사형 수중환경측정기 등의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대한민국 기술대상 대통령상까지 수상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 건조 중인 장보고-Ⅲ급 Batch-Ⅱ 잠수함은 국산화율이 80%를 넘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화오션은 8월23일 약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면서 "대규모 투자로 초격차 방산 솔루션 외에도 친환경·디지털선박 개발, 해상풍력사업 본격화, 스마트야드 구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특수성능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방산기술연구센터를 전진 배치해 해양 방위산업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 진출의 가시화로 읽힌다.
한화오션은 무인화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무인화 첨단함정 기술에서 많은 실적을 쌓고 있다. 한화오션도 글로벌 상황에 발맞춰 관련 기술 보유 업체를 발굴하고, 지분 투자도 고려하는 등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국내 기술 이전을 위한 조인트벤처 등으로 관련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대한민국 해양방위산업의 선두주자로서 방산 부문에서 초격차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다툼으로 국가 안보에 대한 관심도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경쟁 우위가 확실한 독자 개발 3000톤급 잠수함을 앞세워 세계시장의 무한경쟁에서 글로벌 1위 기업으로의 도약은 물론 대한민국의 해양 영토 확장에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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