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부민·IG 재고 바닥…소아 면역환자 초비상

유주연 기자(avril419@mk.co.kr) 2023. 9. 1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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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두·가와사키병 치료에 필수
헌혈 줄고 팬데믹후 수요 늘자
혈장분획제제 품귀현상 지속
국내 생산가능 제약사 단 두곳
5년째 가격규제로 팔수록 손해
수백억 적자 누적에 증산 한계

"며칠 전까지 면역글로불린 재고가 바닥이었습니다. 최근에 가까스로 물량을 확보했는데 양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긴급 환자들에게 우선 처방하기 위해 평소에는 처방 코드를 닫아두고 있는 상황(처방 불가능)입니다."(A종합병원 관계자)

"면역글로불린은 필수 환자를 중심으로 선별 처방하고 있습니다. 다음달까지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B종합병원 관계자)

면역글로불린과 알부민 등 혈장분획제제가 전국 병원에서 품귀 현상을 빚으며 면역질환·중환자 치료에 비상이 걸렸다. 13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면역글로불린과 알부민 재고가 바닥을 보이는 가운데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소량만 공급되고 있다.

면역글로불린은 가와사키병, 자가면역질환, 난임, 조혈모세포 이식자 등을 치료하는 데 널리 사용된다. 가와사키병은 5세 미만 소아에게 주로 발생하는 급성 혈관염 질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4000~5000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인 우리아이들병원을 운영하는 정성관 이사장은 "가와사키병 환자들이 진료를 보러 많이 오는데 곧 면역글로불린 재고가 소진될 것 같아 걱정"이라며 "근처 대학병원도 재고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혈액 속 단백질 성분으로 출혈성 쇼크, 간경변, 혈액 투석 환자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알부민도 같은 상황이다. 수두에 노출된 면역결핍 소아 등에게 사용되는 '수두사람면역글로불린'은 수입 혈액원 공급이 중단되면서 최소 1년간 생산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두사람면역글로불린은 국내에선 GC녹십자가 단독 공급한다.

혈장분획제제는 혈액에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을 제외한 혈장 성분을 활용해 만든다. 인간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질환을 치료하는 필수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 협약에 따라 혈액을 사고파는 매혈이 금지돼 있다. 따라서 원료 혈장은 헌혈을 통해 공급받고 부족분은 전량 미국에서 수입해 생산한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혈장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국내 헌혈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혈장 자급률은 2015년 95.4%에서 지난해 43.1%로 급감했다. 국내에서 혈액제제 생산이 가능한 곳은 GC녹십자와 SK플라즈마뿐이다.

혈장분획제제 원가에서 혈장과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다. GC녹십자에 따르면 미국에서 수입하는 원료 혈장 가격은 2017년 ℓ당 16만9000원에서 지난해 24만5000원으로 45% 뛰었다. 이는 대한적십자사가 공급하는 국내산 혈장 가격의 두 배에 달한다. 따라서 제약사로서는 수입산 혈장을 사용해선 수지 타산을 맞추기 어려워진 것이다.

의료계와 제약업계에서는 헌혈 독려를 비롯해 정부 차원에서 혈장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원료 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 보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수출용 혈액제제는 원료 혈장을 어느 나라에서나 수입해 써도 되지만, 국내용 제품은 매혈이 가능한 미국에서만 가져다 쓸 수밖에 없다 보니 국내용 제품 공급이 더욱 제한적"이라며 "혈장 수입처 다변화와 원가 보전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제약업계에서는 원가 보전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혈장분획제제는 2010년 10월 이후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퇴장방지의약품은 환자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경제성이 없어 생산 혹은 수입을 기피하는 약제로, 생산원가 보전이 필요한 경우 약가를 조정해 고시한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혈장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수입 혈장 단가가 지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5년째 원가 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혈장분획제제에서 매년 400억원 이상의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국내 혈장 부족분을 혈장 수입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해왔지만 한계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혈장 수입처를 다변화하기 위한 인증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등 원활한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유관부처와 협의하고 있으며 공급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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