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told] '12위' 첼시, 인내심 테스트중?...보엘리는 확신한다 '장투는 성공해!'
[포포투=한유철]
첼시는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
첼시는 2000년대 프리미어리그(PL)를 대표하는 팀이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투자 하에 빠르게 체제를 구축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강력한 라이벌 관계를 구축해 리그 수준을 끌어올렸다. 조세 무리뉴 감독 밑에서 전성기를 열었고 이후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PL 우승과 잉글랜드 FA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까지. 21세기에 무수히 많은 트로피를 진열장에 추가했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팀을 떠나면서부터 어딘가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아브라모비치의 뒤를 이어 미국의 부호인 토드 보엘리가 구단주로 왔고 2022-23시즌 첫 '풀 시즌'을 소화하게 됐다. 보엘리 구단주는 아브라모비치의 흔적을 지우고자 했다. 이에 브루스 벅과 마리나 그라노브스카이아 등 아브라모비치 사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들을 모두 내보냈다.
토마스 투헬 감독도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물론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긴 했지만, 투헬 감독은 2020-21시즌 첼시의 UCL 우승을 이끈 장본인이었다. 그럼에도 보엘리 구단주는 빠르게 그의 대체자를 물색했고 낙점이 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경질시켰다.
그렇게 브라이튼을 이끈 그레이엄 포터가 투헬 감독의 뒤를 이었다. 보엘리 구단주는 포터에게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계약 기간은 5년. 연봉도 상당했다. 포터는 첼시에서 성공을 해야만 했다. 그것이 보엘리 구단주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착실하게 '리빌딩'도 단행했다. 첼시는 두 번의 이적시장을 통해 8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며 많은 선수를 사들였다.
하지만 이는 실패했다. 포터는 첼시에서 최악의 부진을 겪으며 임기를 다 채우지도 못한 채, 경질됐다. 그의 뒤를 '소방수' 프랭크 램파드 감독이 임시로 맡았지만, 첼시는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2-23시즌 리그 12위, 모든 컵 대회 탈락. 불과 2년 전, 유럽을 제패한 팀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초라한 성적이었다.
그렇게 첼시는 이번 여름 다시 한 번 '리빌딩'을 시도했다. 이번엔 선수단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카이 하베르츠와 메이슨 마운트, 마테오 코바시치 등 애매하다고 판단이 되는 선수들을 모두 매각했고 모이세스 카이세도, 크리스토퍼 은쿤쿠, 로메오 라비아, 콜 팔머 등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는 새로운 감독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를 낙점했다.
그렇게 탈바꿈한 첼시는 많은 기대를 받았다. 이번에야말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은 좋지 않다. 첼시는 리그 4경기에서 1승 1무 2패(승점 4점)를 기록, 지난 시즌과 동일한 12위에 위치해 있다. 반등을 기대한 팬들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일 것이다.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완전히 등을 돌리기엔 아직 이르다. 보엘리 구단주의 행보를 보면 첼시는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미래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첼시는 이번 여름, 확실한 '영입 기준'이 있었다. 바로 25세 이하의 선수만 데려오는 것. 실제로 이번 여름 첼시가 데려온 선수들은 모두 25세 이하였다. 은쿤쿠와 악셀 디사시, 로베르트 산체스가 25세로 가장 많았고 모이세스 카이세도가 21세, 라비아는 19세에 불과했다.
근거는 또 있었다. 영국 매체 '풋볼 인사이더'에 따르면, 포체티노 감독은 메디슨의 영입을 열망했지만, 그가 26세라는 점으로 인해 영입을 포기했다고 전해졌다. '풋볼 인사이더'는 "포체티노 감독은 메디슨의 영입을 원했지만, 그의 나이가 26세라는 것때문에 잠재적인 영입 타깃에서 그를 제외했었다"라고 밝혔다.
어린 선수들을 데려오더라도 잘 키우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유망주들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필요하다. 포체티노 감독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실제로 그는 지도 경력 내내 많은 어린 선수들의 포텐을 터뜨렸다. 사우샘프턴 시절엔 아담 랄라나와 루크 쇼, 데얀 로브렌 등이 대표적이며 토트넘 시절엔 'DESK 라인'을 구축해 유럽을 호령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에 집중한 첼시. 그런 면에서 지금 당장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이는 당장의 성과를 요구하는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보엘리 구단주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 봐. 장투는 반드시 성공해'
한유철 기자 iyulje9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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