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 옥타비아 스펜서와 단편 영화 찍은 이유는?
미국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의 한 회의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애플 고위 임원진과 직원들은 곧 도착할 ‘그 분’을 기다리며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다. 쿡 CEO가 “애플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오실때 날씨는 어떠셨나요?”와 같은 인사말을 반복하며 연습하던 중,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돌연 나뭇잎이 흩날린다. 정신을 차려보니 회의실 상석엔 벌써 ‘그 분’이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대자연(Mother Nature)’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에선 이 같은 장면으로 시작되는 5분 30초 분량의 ‘단편 영화’가 상영됐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인 옥타비아 스펜서가 ‘대자연’ 역으로 연기를 펼치고, 쿡 CEO등 애플 고위 임원들이 직접 연기에 나선 작품이다. 대자연은 애플에 묻는다. “지난 2020년에 당신은 2030년에 탄소 발자국을 0으로 낮출거라 약속했는데…어떻게 날 실망시킬지 볼까요?” 수많은 대기업이 그렇듯, 애플 또한 환경 보호에 대한 공수표를 던지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이에 애플 임원들은 재료 재활용 비율의 획기적 증가, 제품 제조에 100% 신재생에너지 활용한 것과 같은 사례를 언급한다. 영화의 끝에 수많은 의심과 지적을 준비했던 대자연은 “그래 잘해봐, 내년에 보자”며 사뭇 만족한 얼굴로 애플 본사를 떠난다.
올해 애플 행사의 주요 화두는 단연 ‘환경’이었다. 1000명 규모가 훌쩍 넘는 참가자들이 행사 내내 목에 걸고 다녀야하는 배지도 100%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날 애플은 새롭게 출시한 애플워치9이 ‘애플의 첫 100% 탄소 중립 제품’이라 밝히며, 203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7년 앞서 실현했다고 했다. 제품 제조 과정에 100% 재생 가능한 전력만을 사용했고, 전체 무게의 30%에 해당되는 소재를 재활용 소재로 사용했으며, 운송의 50%를 탄소 배출이 많은 항공 대신 해상·철도 등으로 해결하며 탄소중립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애플은 현재로선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공유할 순 없지만, 2030년에는 아이폰·아이패드를 포함한 모든 제품에서 100% 탄소중립을 실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제품면에선 재활용 소재의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추세다. 애플워치9의 경우 외부 소재에 100%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할 뿐 아니라,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도 100% 재활용 코발트를 최초로 사용했다. 애플워치의 손목 밴드를 만드는 실(yarn)의 경우도 82%가 재활용 소재다.
하드웨어 제품 제조에 100% 탄소중립을 이루기 어려운 것은 애플 같은 대기업이 혼자 바뀌는 것으론 부족하고, 수많은 1차, 2차, 3차 부품 공급사들까지 다 바뀌어야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내부적으로 팀 쿡 애플 CEO를 포함한 고위 임원진들이 애플이 환경 보호에서 글로벌 선도 역할을 해야한다고 보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애플은 현재 공급사들에게 이 같은 탄소중립 조건을 맞추겠다는 약속을 받고 있으며, 실제로 그들이 화석 연료로 생산한 전기를 쓰고 있는지 여부 등을 엄격하게 체크하고 있다. 애플에 납품을 원하는 부품사들이 애플의 기준에 맞게 변화를 택하면서 전체 공급망의 변화를 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플의 이날 애플은 “2030년까지 각자 시행하는 애플 제품 생산 공정에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제조업체가 300개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스카이웍스, 아나로그디바이스 및 일본 르네사스 등이 그 대상이다. 한국에서도 올해 신규 참여 협력업체가 기존 대비 30%가량 증가한 23개로 늘어났다. 부품 업계에서는 “애플은 원자력 발전도 ‘클린 에너지’로 보지 않는다”며 “친환경 기준을 맞출 수 있는지 여부가 애플에 납품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점점 크게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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