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학부모 사진 떡하니, 신상털이에 '반응 폭발'…영웅인가 범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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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학부모와 아동의 신상을 공개하는 계정이 등장했다.
이 계정에 게시되는 글에는 숨진 대전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학부모의 얼굴과 사업장, 휴대폰 번호를 포함해 이들의 자녀 사진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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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학부모와 아동의 신상을 공개하는 계정이 등장했다. '사적 제재'를 둘러싼 논란이 또 불거지고 있다.
13일 오후 3시 기준 '촉법소년 나이트'라는 이름의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수는 4만명을 돌파했다. 해당 계정은 지난 10일 처음 개설된 후 이용자들의 신고로 잠시 중단됐다가 11일부터 새 계정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계정에 게시되는 글에는 숨진 대전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학부모의 얼굴과 사업장, 휴대폰 번호를 포함해 이들의 자녀 사진 등이 포함돼 있다. 게시물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계정 주인 행동을 옹호하거나 "이 시대의 의인"이라며 칭송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다수의 시민이 이 같은 폭로 글을 지지하는 이유로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사법 기관이나 교육부 등 국가 기관의 대응들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온라인이라는 매개를 통해 모여 집단적인 분노로 표출되는 것"이라며 "비슷한 사례가 과거부터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적 제재를 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강력 범죄자들의 신상을 온라인상에 공개하는 '디지털 교도소',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 운영자들이 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A씨는 2021년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자의적인 정의감에 기대 사실 내지 허위 사실을 게시했다"며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공개한 범행은 그 특성상 확산 속도가 빠르고 유포된 정보를 삭제해 원상회복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같은 해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씨 항소심 재판부도 "사적 제재가 허용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고 이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대부분의 범죄 전문가들도 사법 기관이 아닌 개인이 나서 사적 제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이다.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이 응징에 나설 경우 과도한 복수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고 가해자를 잘못 판단할 여지, 복수를 빙자해 또 다른 범죄 행위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며 "경찰, 검찰, 법원이 분리돼 수사·기소·재판을 해도 진실 발견에 오류가 있는데 개인의 임의로 판단해 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7월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을 때 온라인상에서는 국회의원이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배후로 지목된 국회의원들이 의혹 제기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번 대전 교사 사건에서도 가해 학부모가 운영하는 사업장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돌면서 '별점 테러'나 악성 댓글에 시달려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여럿 나왔다.
김상균 교수는 "국가가 형성되기 이전에는 사적 구제가 하나의 방식이었지만 지금의 사적 제재는 현 사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사법기관에서 이에 대한 엄정한 적발과 처벌로 엄중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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