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리 클린스만호, 팀 전술 대신 선수 개인 클래스만 빛났다
축구대표팀 클린스만호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기며 6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술적인 움직임은 부족했고 일부 선수의 역량만 빛났기 때문이다. 역대급의 좋은 선수들을 팀으로 묶어낼 감독의 역량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그대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대표팀은 13일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제임스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조규성(미트윌란)의 헤더 골을 앞세워 1-0으로 이겼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부임 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겨 현재까지 1승 3무 2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사우디가 최근 흐름이 좋지 않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사우디는 세계적인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를 사령탑에 앉혔지만, 그의 데뷔전인 코스타리카전 포함 직전 경기까지 5연패 늪에 빠졌다. 이날 조규성의 골도 상대 수비가 볼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실수가 없었더라면 나오지 않을 뻔했다.
클린스만호는 직전 웨일스전과 마찬가지로 4-4-1-1 포메이션에 손흥민(31·토트넘)을 중앙에 두고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는 전술을 들고나왔다. 좌우 날개 공격수에 반대 발 잡이 황희찬(27·울버햄프턴), 이재성(31·마인츠)을 배치하면서 소속팀에서 뛰던 것처럼 중앙으로 접고 들어오는 움직임을 가져가게 하고, 양 풀백 이기제(32·수원)와 설영우(25·울산)가 사이드라인에 바짝 붙어서 움직이면서 미드필더들이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할 틈을 줬다는 점 정도가 달랐다.
이전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공수 간격은 넓었고, 중앙에서 주고받는 패스를 통해 박스까지 진입하는 움직임이 부족했다. 공격수를 4명이나 배치했지만, 전방압박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대가 앞으로 치고 나갈 틈을 줬다.
다행히 일부 선수들의 높은 기량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조규성은 득점은 물론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와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벌여주면서 공격 라인을 올릴 시간을 벌어줬고, 손흥민은 토트넘에서처럼 경기장을 넓게 쓰면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도전적인 패스를 많이 시도하면서도 성공률 81%로 정확도가 높았고, 키패스도 7개나 올렸다.
황희찬(27·울버햄프턴)은 측면에서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드리블은 3번 시도해 2번 성공했고, 경합 승률은 70%를 넘겼다.
왼쪽 센터백으로 나선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는 소속팀에서처럼 침투하는 공격수에게 곧장 찔러주는 롱볼로 후방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했다.
다만 이런 움직임도 후반 중반 이후에는 자주 나오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팀 전술의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체계적이고 세밀한 자신만의 전술을 만들지 못했다는 뜻이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선수 개인 능력에 의존하기보다는 전체가 조직적으로 움직여서 빈틈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수비가 갑자기 내려앉으면서 공간이 생기고, 볼 중심으로 시선이 뺏겨 있다가 반대쪽으로 넘어오면 그냥 무너지는 문제점을 계속 노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후방에서 빌드업할 때 실수가 몇 차례 나왔는데, 아직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드필더 황인범(27·즈베즈다)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그의 컨디션에 따라 빌드업의 질이 들쭉날쭉한 것은 문제로 봤다. 스트라이커, 수비형 미드필더, 양 풀백 포지션에는 확고한 주전이라고 부를 만한 선수가 없는 만큼 선수 발굴 필요성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공격축구’를 표방하지만 이를 수행할 세부적이고 짜임새 있는 전술의 부재는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의 큰 숙제로 주어졌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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