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하반기도 '대정부 투쟁'…"태도 변해야 사회적 대화"(종합)
"사회적 대화 재개는 정부 태도 변해야"
조직혁신안도 발표…"반드시 관철할 것"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오는 11월 11일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10만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하반기에도 대정부 투쟁을 이어간다. 특히 정부의 태도 변화 없이는 중단된 사회적 대화 재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면서 노정관계 경색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하반기 투쟁 계획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하반기에 그동안 미뤄왔던 각종 노동개악 사안을 강하게 밀어부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11월11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에 맞서 150만 한국노총 전 조직이 하나 돼 당당히 싸울 것을 선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가 내달부터 시행 예고한 노동조합 회계공시와 소득세 공제 연계 등을 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노총은 이미 외부 공인회계사를 포함한 회계감사를 연 2회 실시해왔고 조합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노조의 회계내역을 조합원이 아닌 정부에게 보고하라는 것으로 노조 자주성을 침해하는 위법적인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 회계장부 미제출에 대한) 과태료 소송이 진행 중으로, 소송 결과에 따라 향후 대책을 마련하겠지만 소송과 관계없이 노조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해 이를 노동개악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정부의 노동탄압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월 말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벌어진 금속노련 강제진압 사건으로 중단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사회적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화 상대에 대한 존중없이 중단된 사회적 대화 재개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사회보험을 비롯한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한국노총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고,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도 여전히 구속상태"라며 "경사노위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한국노총에 대한 태도 변화가 없다면 한국노총 역시 입장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수준의 태도 변화를 원하는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갈등사안이 있더라도 사회적 대화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해의 폭이라는 게 있다. 하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태도 변화라고 한다면 당장 사용자 입장에서만 서서 피해를 주는 여러 노동정책을 폐기해야 할 것이고, 각종 위원회에서의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 불합리한 이유로 끊겼던 지원금도 정상화시켜야 된다"고 답했다.
이어 "아무리 상대가 자기들의 반대편이고 맞지 않는다고 해도 국가 정책을 집행하는 데 감정을 갖고 하면 되겠느냐"며 "그런 점을 지적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가지 사안을 가지고 뭐 하나가 풀리면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태도 변화를 포괄적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정치권과의 연계를 통한 사회적연대 입법 제정 투쟁 계획도 밝혔다. 한국노총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노동존중실천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보편적 노동권 보장을 위한 일하는 사람을 위한 권리보장법 제정 등 하반기 국회 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특정 정당 지지선언에서 그치지 않고 선거구마다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과거 한국노총은 누구를 지지하는 선언 위주였다면 수도권과 부산경남 같은 접전지역에서, 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결집해서 한국노총이 결정권을 행사하겠다"며 "그동안 적당히 이용하고 한국노총 영향력을 가볍게 여기는 일이 많았지만, 아주 작은 부분일지라도 영향력이 실재한다는 점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이날 조직혁신위원회가 보고한 조직혁신안도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건설노조 채용비리 사건과 전직 수석부위원장의 금품수수 의혹 등 잇따라 불거진 내홍에 지난 4월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혁신위를 출범했다.
혁신위는 4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윤리성 ▲투명성▲민주성 ▲이미지 혁신 및 사회적 책임 강화 ▲건설산업 구조 개선 및 노조 혁신 등 5대 혁신과제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윤리위원회 기능을 강화해 비리에 연루된 대표자 및 조합원에 대한 징계절차를 마련하고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강경 대응도 포함됐다. 그동안 한국노총 규약·규정에 따라 개인 징계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앞으로 윤리위에 직무정지 의결권과 진상조사, 징계방안 권고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로써 조합비 횡령, 금품수수, 성범죄 등은 사건 접수 즉시 해당자에 대한 직무정지도 가능하도록 했다.
또 민주성 강화를 위해 2026년 차기 위원장 선거인대회부터 100명당 1명으로 선거인단을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장기적으로 직선제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내용과 중앙위원회 및 상임부위원장의 책임과 역할 강화 등도 포함됐다.
이 밖에도 건설산업 구조개선을 위한 불법하도급 관행 엄단과 건설대금 직접 지급방식 확산 등 내용을 담은 대정부 요구안도 마련했다. 건설부문 노조의 민주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범죄경력자에 대한 임원출마를 제한하고, 노총 미가입 건설조직 정상화를 위한 추진단도 운영한다. 비리로 인해 제명된 건설노조의 한국노총 명의도용 방지를 위한 방안도 논의한다.
이 같은 혁신방안은 규약·규정개정위원회를 통해 구체화되고, 중앙위원회와 임시대의원대회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된다.
류기섭 사무총장은 "이번에 마련한 조직혁신안을 관철시켜 이를 바탕으로 윤석열 정권의 '건폭 몰이', 노조 부패집단 프레임 등에 대응하고자 한다"며 "노조를 길들이기 위해 노조 혐오를 조장하는 비열한 작태를 중단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일하는 사람 모두 노동자이고, 노동자 모두 국민이란 명제를 한시라도 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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