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뻘뻘 '맵부심' 열풍…"속 건강에 치명적" 암까지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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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미국에서 10대 소년이 청양고추보다 220배 매운 과자(원칩)를 먹고 일정 시간 동안 어떤 음료도 마시지 않고 버티는 '원칩 챌린지'에 도전했다가 숨졌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조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소화기 점막이 얇아지고 심장에도 무리가 따를 수 있어 과도하게 매운맛을 즐기는 건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젊다고 해도 속쓰림 등 이상 증상이 있으면 매운 음식을 멀리하고 한 번쯤 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게 좋을 것"이라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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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미국에서 10대 소년이 청양고추보다 220배 매운 과자(원칩)를 먹고 일정 시간 동안 어떤 음료도 마시지 않고 버티는 '원칩 챌린지'에 도전했다가 숨졌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소년의 어머니는 아들이 매운 과자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고, 제조업체는 과자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식품업계에서는 "경기 불황일 땐 매운맛이 잘 나간다"는 말이 정설처럼 통용된다. 이를 반영하듯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 가운데 최근에는 기존 제품보다 2배 이상 매운 농심 '신라면 더레드'와 삼양라면의 '맵탱', 오뚜기 '마열라면' 등 라면 3사가 일제히 매운 라면을 출시하기도 했다. 과자나 김밥, 떡볶이도 더 맵고 자극적인 맛을 내는 신제품이 연일 쏟아진다. 매운 음식을 먹고 SNS에 이를 인증하는 '챌린지'도 매운맛 열풍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매운맛은 사실 맛이 아닌 '통증'이다. 고추, 후추 등에 풍부한 캡사이신이 매운맛을 내는데, 캡사이신은 혀에서 온도나 통증을 느끼는 감각수용체에 달라붙고 뇌는 이를 '맛'이 아닌 뜨거운 물질로 착각한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땀이 나고 차가운 음료를 찾게 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교감신경이 활성화하고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혈관이 확장돼 신진대사가 촉진되면서 지방이 분해되며 살이 빠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토크쇼의 여왕이라 불리는 오프라 윈프리가 캡사이신 다이어트로 약 40㎏을 감량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이 통증에 대응하기 위해 '자연 진통제'인 엔도르핀을 분비하는데 이 때문에 스트레스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매운맛은 '속 건강'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매운 음식에 중독돼 더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쫓다 보면 위나 식도의 점막이 얇아지고 염증, 궤양으로 속쓰림과 소화불량을 달고 살 수 있다. 가천대길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오 교수는 "심한 경우 위 점막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이나 암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통증에 가려져 미각이 무뎌지는 것도 문제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조현 교수는 "떡볶이·마라탕과 같은 매운 음식은 일반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소금·설탕·감미료 등을 많이 쓰지만, 매운맛 때문에 이를 잘 느끼지는 못한다. 쌀밥이나 탄산음료, 주스 등을 곁들이는 경우도 많은데 칼로리 과다로 비만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면서 "최근 챌린지에는 이색적인 매운 음식들도 자주 등장하는데 자기도 몰랐던 식품 알레르기로 호흡곤란 등 치명적인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매운맛이 노인에서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욱 교수 연구팀이 65세 이상 196명을 대상으로 매운 음식 섭취와 알츠하이머병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년간, 주 1회 이상 강한 매운맛을 섭취하는 노인은 순하고, 적당한 매운맛을 즐기는 노인보다 기억력 손상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관찰됐다. 신체활동이 적을수록 기억력 감퇴는 더 심했다. 과도한 캡사이신 섭취가 신경독성을 유발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조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소화기 점막이 얇아지고 심장에도 무리가 따를 수 있어 과도하게 매운맛을 즐기는 건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젊다고 해도 속쓰림 등 이상 증상이 있으면 매운 음식을 멀리하고 한 번쯤 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게 좋을 것"이라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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