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테마주에 배터리 아저씨까지, 원투펀치에 치인 2차전지…그래도 살까?
올해 국내 증시를 견인하던 2차전지주에 급제동이 걸렸다. 초전도체, 맥신(Mxene), 양자암호, 대마 등 투자자들 관심이 테마주에 쏠리고, 일명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던 박순혁 작가에 관한 불공정거래 의혹도 제기되자 투심은 얼어붙었다. 증권가에서도 2차전지의 미래를 놓고 갑론을박을 펼친다.
13일 증시에서 에코프로비엠은 전 거래일 대비 2500원(0.90%) 내린 27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POSCO홀딩스는 1만7000원(3.11%) 내린 52만9000원에 LG에너지솔루션은 5000원(1.00%) 내린 49만4500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SDI는 55만8000원에 보합 마감했다.
2차전지주 힘이 빠진 것은 시장의 관심이 테마주에 쏠리면서부터다. 지난 7월22일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 대표 등이 상온과 상압에서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를 수 있는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고 발표하면서 서남과 덕성 등 초전도체 관련주 주가가 급등락했고 시장 관심이 쏠렸다. 초전도체가 휩쓴 이후에도 맥신, 양자암호, 대마 등 새로운 테마주가 우후죽순 등장했다.
다양한 테마주들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2차전지주는 시장의 관심에서 차츰 벗어났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7월26일 장중 역대 최고가인 58만4000원을 기록했다가 이후부터 하락해 한달 반 사이 주가가 반토막났다. 같은 기간 POSCO홀딩스(-29%), 삼성SDI(-24%), LG에너지솔루션(-19%) 등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반기 2차전지주 랠리를 주도해온 것은 2차전지 소재 관련주인데,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 내림세가 지속되는 것도 투심에 악영향을 줬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리튬을 정제한 탄산리튬 가격은 연초 킬로그램(kg) 당 474위안(한화 약 8만6000원)에서 지난 11일 기준 187위안(3만4000원)까지 떨어졌다. 국내 업체들은 리튬 가격에 따라 2차전지 판가를 결정한다. 매입 시점보다 리튬 시세가 떨어지면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
앞서 개인의 방어로 실패했던 공매도도 다시 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과 POSCO홀딩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2차전지 업종 4개 회사의 공매도 잔고는 지난 8일 기준 3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간 2차전지주 전도사 역을 자처했던 박순혁 작가가 금양 홍보이사로 재직하던 시절 넥스테라투자일임의 운용역으로 근무해 불공정거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투심은 더욱 얼어붙었다.
이에 2차전지주 하락에 베팅하는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상장지수펀드(ETF)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2%대 상승해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던 2차전지주들이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그동안 2차전지주가 미래 성장치를 미리 반영해 주가가 올랐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증시에서 2차전지주는 매출과 이익에 대한 기대감보다 밸류에이션(기업평가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급증했다"며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생산 차질 이슈를 겪는 등 잡음이 발생한 탓에 2차전지주의 높은 벨류에이션이 설득력을 잃어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국내 2차전지가 계속 사용될 것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해당 종목에 대해 낙관하는 시선도 있다. 다만 종목별 차별화가 진행될 수 있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은 혼다와 현대차를 대상으로, 삼성SDI는 GM과 스텔란티스를 대상으로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튬 가격 하락으로 2차전지 실적 우려가 나오고 있으나 4분기부터 리튬 가격이 하방 경직성을 확보할 전망"이라며 "배터리 업체들의 신규 수주와 증설 발표도 연말에 예정돼 있어 주가 반등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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