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너지 석학 "청정에너지 목표 달성위해 원전 지속해야"

윤정훈 2023. 9. 1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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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 美에너지장관 역임한 스티븐 추
제2회 ‘환태평양 지속가능대화’ 포럼 참석
“오염수, 과학 신뢰해야…정부리더는 소통에 최선”
반기문 전 총장 “과학과 정치 섞여선 안돼”
점진 변화 시기 끝나…강대국 간 협업해 급진 변화 필요

[이데일리 윤정훈·김형욱 기자] “일본 오염수 방류 문제를 보면 한국사회는 과학과 정치가 섞여 있다. 진실을 규명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들어야 한다.”

반기문 전 유엔총장은 13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회 ‘환태평양 지속가능 대화(TPSD)’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반 전 총장은 “건강검진할 때 엑스레이(X-ray)의 방사능 노출은 걱정 안하는데, 일본이 오염수로 방출하는 10억분의 1정도 방사능은 걱정한다”며 “불행히도 과학과 정치가 섞여서 설득이 안된다. 이 자체가 유감이고, 부끄럽다”고 국내 실정에 대해 토로했다.

(좌측부터)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검버자브 잔당샤타르 몽골 국회의장, 스티븐 추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 엄우종 아시아개발은행(ADB) 사무총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환태평양 지속가능 대화’ 국제 컨퍼런스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스티븐 추 “오염수, 정부 검사 믿지 않으면 대안 없어”

이번 포럼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2015년 유엔이 발표한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의 7번째 목표인 ‘에너지 안보’를 주제로 개최됐다. 반기문 재단과 스탠포드 대학이 주관하고 이화여대, 연세대학교,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KEEI),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주최기관으로 외교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후원기관으로 참여했다.

스티븐 추 미국 스탠퍼드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날 패널로 참석해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인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학계·산업계·정계·시민사회가 대화를 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교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장관을 지내며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펼쳐왔다. 1997년에는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를 냉각·분리하는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추 교수는 “한국과 중국도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해 겁을 내고 있다”며 “IAEA(국제원자력발전기구) 보고서를 읽어보면 엑스레이를 찍을 때 보다 훨씬 적은 양이다. 우리는 바나나 같은 음식을 통해서도 방사능에 노출된다”고 과학을 신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추 교수는 “정부 리더들은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올바른 결정을 하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소통해야 한다”며 “오염수의 경우도 소음을 내는 사람들에게 직접 방사능 기계를 사서 생선을 측정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정부의 검사를 믿지 않는다면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韓, 에너지집약산업 많은만큼 탄소중립 부담 늘려야”

그는 높아지는 지구의 온도로 인해 다음 세대가 피부암 등에 쉽게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위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되, 나라별 상황에 맞춰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추 교수는 “탄소배출을 보면 위험구간인 450ppm(피피엠·100만분의 1) 이하로 유지해야 지구 온도가 2도 이하로 증가한다. 세계가 전향적인 정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10~15년 내로 450ppm을 넘기고 세기말에는 550~600ppm도 가능할 걸로 본다”며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정책을 바탕으로 예측하면 지구 온도가 3도, 3.5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발표했다.

이어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만났을 때 청정에너지 9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를 없애야 하는 것에 대해 저를 비롯한 학자들은 원자력 발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캘리포니아 사람들도 (청정에너지가 아니어서가 아니라) 원전사고가 두려워서 (원자력 발전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스티븐 추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환태평양 지속가능 대화’ 국제 컨퍼런스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추 교수는 현실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유한 나라는 신재생에너지로 생활할 수 있지만 가난한 나라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조선, 반도체, 중화학 등 에너지 집약산업이 발전해 있다”며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만큼 탄소중립 부담도 2배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버자브 잔당샤타르 몽골 국회의장은 “몽골도 지나치게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환경이 취약하다”며 “동북아시아 국가 등 다자 간 협력해 혁신 기술을 도입해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몽골은 구리, 리튬 등 천연광물이 풍부한만큼 타국가와 협력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보편적 에너지 접근권을 보장하고, 타협없이 지구인의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 에너지 안보 달성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ADB “화석연료 신규 투자 줄여가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전세계 지도자들이 정치적인 논리에 휘말려 탄소중립을 뒷전으로 놓고 있다며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젊은 세대를 향해서는 과거 유엔총회에서 반향을 일으켰던 스웨덴의 젊은 환경운동가 툰베리 사례도 언급했다.

반 전 총장은 “미중 분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역 분쟁에 휘말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의지가 사라졌다”며 “정부와 재계, 시민사회가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고 행동해야 한다. 젊은세대도 툰베리처럼 나서서 지속가능한 세계를 지지하는 지도자를 선택해달라”고 강조했다.

엄우종 아시아개발은행(ADB) 사무총장은 “한국, 미국, 스웨덴 등 6개국이 협의해서 아태기후혁신금융퍼실리티(IF-CAP)를 출범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금융을 지원하고 있다”며 “정책 측면에서도 2021년부터 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신규 투자를 완전히 줄여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신기욱 스탠포드대 교수는 “개도국의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서 점진적인 변화의 시기는 끝났고,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강대국 간 협력을 이끌어내고, 좀더 훌륭한 정책을 수립하고 기술적 혁신을 달성하기 위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정훈 (yunrigh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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