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과학원장도 '적격자 없음'…출연연 이어 지속되는 과학계 수장 선임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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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초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총장 선임이 부결되며 재공모에 들어간 가운데 최근 KAIST 부설 고등과학원도 신임 원장 선임이 불발됐다.
1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KAIST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고등과학원장 선임안을 안건에 올렸지만 적합한 후보자를 찾지 못하고 선임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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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초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총장 선임이 부결되며 재공모에 들어간 가운데 최근 KAIST 부설 고등과학원도 신임 원장 선임이 불발됐다. 과기특성화대는 물론 정부 출연연구기관 등 최근 주요 과학기술계 기관들의 수장 선임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KAIST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고등과학원장 선임안을 안건에 올렸지만 적합한 후보자를 찾지 못하고 선임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이사진의 심도 있는 논의와 투표 결과 적합자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최재경 고등과학원장의 임기는 올해 1월까지였다. 신임 원장 선임이 불발되면서 장기간 새 수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최초의 순수이론기초과학 연구기관인 고등과학원은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인재들의 양성소로 여겨진다. 지난해 한국계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도 고등과학원 석학교수다.
고등과학원 소속 한 교수는 “고등과학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과학기술원과는 다소 성격이 다른 만큼 기관장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해당 기관과는 차이가 있다”며 “원장 후보자가 가진 기관 발전방향 계획이 중요한데 이사회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했다.
과학기술계 인재들의 요람 역할을 하는 주요 기관 수장 선임이 이번 정부 들어 전방위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DGIST는 지난달 7일 열린 이사회에서 3배수 후보자 중 신임 총장을 선정하지 못하고 이달 7일까지 재공모 절차를 밟았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4월 이사회에서 신임 총장을 선정하려 했지만 과반수 득표 기준을 충족한 후보자가 없었다. 이후 재공모를 거쳐 7월 임기철 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을 신임 총장으로 선임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수장 공백 사태도 속출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경우 7일 열린 과학기술연구회(NST) 임시이사회에서 신임 원장 안건을 논의했지만 원장 후보 3배수 중 재적 이사의 과반수 득표를 얻은 후보가 없어 재공모하기로 했다. 표준연은 앞서 지난 5월 말 원장후보자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연구원 소속 연구자 3명을 원장후보에 올렸었다. 현재 표준연 원장직인 박현민 원장이 2월 임기가 만료된 이후 7개월째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도 4월 차기 원장 모집 절차를 시작했지만 지난달 원장 선임이 3배수에서 불발되면서 재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원장 임기가 끝난 상태지만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새 기관장을 선임하기까지 반년 이상이 소요됐다.
과학계에서는 출연연이나 과기원 수장의 경우 통상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기술계 일각에선 정부가 원하는 인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냐, 대통령실의 관심에서 과학기술계가 벗어나 있는 것 아니냐, 인사 검증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3배수 후보가 올라와도 선임 과정이 끝나간다고 보장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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