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블더] "뺨으로 손을 맞았거든요?"…학부모 입장문에 '발칵'
이달 초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또 악성 민원 때문이었습니다.
무려 4년 동안이나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습니다.
이 교사는 서이초 교사의 극단 선택 이후, 노조가 진행하는 교권 침해 사례 설문 조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당시 서이초 교사의 극단 선택 사건을 접하고 계속 울기만 했다고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지난 7월 서이초 교사의 극단 선택 이후, 초등교사노조가 교권 침해 사례 수집을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글을 제출했는데요.
학생 지도에 어려움이 있었던 데다, 학부모 역시 협조하지 않고 교장실에 민원을 넣는 등 지도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우울증 약을 먹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 다독였지만,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다시금 공포가 떠올라 계속 울기만 했다고 썼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며 교사들에게 희망적인 교단을 다시 안겨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착잡한 마음이 담긴 이 장문의 글을 남긴 이 교사는 결국 이달 초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학부모들로부터 지난 2019년 악성 민원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학생들이 교사 지시를 무시하고 다른 친구를 괴롭히는 행동을, 제지하고 훈육한 게 원인이었습니다.
결국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기관으로 넘겨진 선생님은 1년 만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관련 학부모들은 4년간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사실에 사회적 공분이 커지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의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사적 제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숨진 교사에게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는 한 학부모가 운영하던 음식점입니다.
곳곳에는 살인자, 사죄하라 등의 포스트잇이 붙었고, 식당 밖 설치물들도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 부서졌습니다.
[시민 (그제, SBS 8뉴스 중) : 가슴이 떨리고요. 이게 남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조카들도 학교에 나가고 있는데, 내 일 같아요. 내 일.]
한 SNS 계정에는 학부모들의 신상과 전화번호, 가족들 사진까지 공개됐습니다.
결국 가해 학부모 중 1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본사가 가맹 계약을 해지하면서 문을 닫게 됐습니다.
한편, 무분별하게 신상 정보가 퍼지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가 운영하는 업체와 상호명이 같다는 이유로 사건과 무관한 업소에 리뷰 테러가 빗발치는 등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호소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태가 커지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일부 학부모가, 잘못된 소문을 바로잡겠다며 온라인에 입장문을 올렸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 중 1명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입니다.
자신의 자녀가 친구와 놀다가 손이 친구 뺨에 맞았는데, 숨진 교사 A 씨가 인민재판식으로 반 아이들에게 사과를 요구했다는 내용입니다.
황댱한 해명에 비판이 쏟아졌고, 동료 교사들도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숨진 A 교사 동료 (어제, SBS 8뉴스 중) : 뺨이 손을 때렸다는 그런 표현들이 있는데, 되게 새로운 표현인 것 같고요. 수업하는 도중에 갑자기 일어나 제 뒤에 와서 ○○을 한다든가… 굉장한 수치심을 느꼈고요.]
가해자로 지목된 또 다른 학부모는 "가슴이 울렁거리고 손이 떨리고 너무 답답하고 억울해서 경찰관과 상담했다"며,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부인했습니다. 또 "마녀사냥으로 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정말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입장문을 올렸습니다.
고인의 남편은 이에 대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고 댓글을 남겼습니다.
한편 대전시교육청은 진상조사단을 꾸려, 다음 주 금요일까지 조사한 뒤 관계자 징계나 수사기관 고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전연남 기자 yeon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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