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홈런을 쳤는데 짜증나네… 2번 당하지 않는 RYU 아트피칭[류현진 다시보기]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텍사스 레인저스 타선을 상대로 4개의 스탠딩 삼진을 잡아냈다. 특히 투런포를 허용했던 로비 그로스만에게도 스탠딩 삼진을 뺏어내며 놀라움을 안겨줬다.

토론토는 13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펼쳐진 텍사스와 홈경기에서 3-6으로 졌다.

로비 그로스만과의 세 번째 맞대결에서 스탠딩 삼진을 잡아내는 류현진. ⓒSPOTV 중계화면 캡처

이로써 2연패에 빠진 토론토는 80승65패로 시애틀 매리너스와 함께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승리를 거둔 텍사스는 토론토를 제치고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2위로 올라섰다.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시즌 첫 6이닝을 소화하며 3실점 5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5탈삼진으로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투구수는 82개였다. 호투에도 불구하고 팀 타선의 불발로 시즌 3패째를 안았다. 류현진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기존 2.65에서 2.93으로 소폭 올랐다.

류현진은 이날 3회초까지 뛰어난 커맨드와 완급조절을 앞세워 노히트 피칭을 펼쳤다. 특히 3회초 1사 후 조나단 오넬라스에게 커브와 체인지업을 던져 타이밍을 늦춘 뒤, 몸쪽 패스트볼을 통해 삼진을 잡아내며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류현진은 4회초 선두타자 코리 시거에게 이날 첫 피안타를 맞더니, 곧바로 로비 그로스만에게 초구 커터를 맞아 좌월 투런포를 내줬다. 텍사스 선발투수 맥스 슈어저가 무실점 호투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허용한 치명적인 홈런이었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이후 뛰어난 완급 조절을 통해 삼진을 잡아냈다. 특히 스탠딩 삼진을 많이 기록했다. 4회초 1사 1루에서 네이트 로우를 시속 62.6마일(약 100.7km) 커브로 돌려세웠다. 이어 5회초 선두타자 레오디 타베라스를 스탠딩 삼진으로 처리했다. 3구 느린 커브 후 4구 90.6마일 패스트볼이 주효했다.

순항하던 류현진은 5회초 첫 타자 시거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았다. 올 시즌 첫 6이닝 소화를 앞두고 위기에 빠진 상황. 류현진은 전 타석에서 홈런을 허용했던 그로스만과 마주했다.

ⓒMLB.com

류현진은 초구와 2구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높낮이를 조절하며 타자의 반응을 살펴봤다. 이어 3구 포심 패스트볼, 4구 커브를 몸쪽에 붙이며 타자의 시야를 전환시켰다. 류현진은 5구 바깥쪽 커터를 던지며 또다시 변주를 줬다. 그로스만은 이 공을 가까스로 커트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줄타기하는 류현진의 투구에 지쳐가던 시점이었다.

류현진은 곧바로 6구 체인지업을 좌타자 바깥쪽 아래코스로 던졌다. 이 공은 절묘하게 스트라이크존을 스치며 지나갔다. 그로스만은 짜증 섞인 표정을 지으며 타석에서 물러났다. 그만큼 류현진의 제구력이 완벽했다는 뜻이었다.

지난 7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에 이어 2경기 연속 5개의 탈삼진 중 4개를 스탠딩 삼진으로 장식한 류현진. 그 비결은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찌르는 류현진의 '아트피칭'이었다. 전타석에서 피홈런을 맞았던 상대에게도 류현진은 대담하게 스탠딩 삼진을 잡아냈다. 역시 '괴물'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에게 스탠딩 삼진을 당한 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로비 그로스만. ⓒSPOTV 중계화면 캡처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