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 전 총리 차녀, 자민당 선대위장에…기시다의 속내는[딥포커스]
정치자금 수수 관련 허위 기재 의혹은 걸림돌 될 수도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전 총리의 차녀, 오부치 유코(小渕優子)가 자민당 요직인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총리 가문의 자녀답게 20대부터 정계에 뛰어든 오부치 유코 기용은 이번 개각 인사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아버지 밑에서 총리 비서로 시작…26세에 국회의원 당선
대학을 졸업하고 1996년에 방송사 TBS에 취직했지만 3년 만에 그만두고 중의원 의원이던 아버지의 사무소로 이직해 총리 비서로 정치계에 입문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아들 쇼타로를 정무 비서관으로 임명한 것과 같이, 전형적 세습 정치의 계단을 밟은 셈이다.
비서관 경력 1년 후에는 임기 중 쓰러진 아버지의 지역구인 군마5구를 물려받아 중의원으로 처음 당선됐다. 당시 그는 26살에 불과했다.
이른 정계 데뷔 덕에 주요 직책도 비교적 금방 경험했다. 2008년에는 내각부특명대신으로 임명돼 전후 최연소 장관으로 등극했다.
특명대신 임기 중에는 저출생·남녀공동참획(성평등 정책)·공문서관리·청소년 문제·식생활 교육 등을 맡았다.
이 밖에도 '오키나와 및 북방문제에 관한 특별위원회' 이사, 일본 유네스코 국내 위원회 위원을 맡아 일본의 영토 분쟁 및 유산 기록 관련 업무도 경험했다.
2012년에는 재무부(副)대신을 거쳐 2014년에는 경제산업상으로 기용되는 등 탄탄대로를 달렸다. 하지만 정치자금 수수 보고서에 허위 기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임명 한 달 만에 물러나야 했다.
테레비아사히에 따르면 경산상 당시 오부치는 비서를 통해 유권자에게 와인 등 뇌물성 선물을 나눠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가택 수사 전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드릴로 파손하는 등 의혹을 정면 돌파하기보다는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자민당 소속 의원은 아사히에 "본인은 지역구에서 회견한 것으로 다 끝났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좀처럼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9년 만의 화려한 복귀에도 오부치가 허리를 펼 수 없는 이유다.
그는 13일 열린 자민당 신임 임원직 기자회견에서 "(당)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오부치는 "저는 성의껏 (의혹에 대해) 설명해 왔다"고 울먹이며 "하지만 만약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제가 부덕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며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풀리지 않은 정치자금 의혹에도 불구하고 오부치는 자신이 속한 자민당 모테기 파벌 안에서 '장래 총리 후보감'으로 촉망받고 있다. 첫 여성 총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024 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기시다 총리가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오부치를 선대위장으로 임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 기용 확대라는 간판…사실은 기시다 맞수 견제구
표면적인 이유는 여성 인재 기용 확대다. 기시다 총리는 그간 여성 고용 확대와 성평등 실현을 위해 내각부에 '남녀공동참획회의'에 참석해 성과를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내각에 기용한 장관급 여성은 두 명에 그쳐 정책과 인사 기조가 모순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 개각 인사에서 여성 비중을 5명으로 확대한 것도 이같은 의견을 인식해서다.
내각부특명 담당상으로 저출생 및 남녀공동 참획에 손을 댔던 오부치의 경력 역시 이같은 기시다 총리의 니즈에 부합해 일석이조다.
하지만 오부치 선대위장 기용에 숨겨진 정치 셈법은 더 복잡하다.
기시다 총리는 당내 4번째 파벌을 이끌고 있다. 따라서 두 번째와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아소파·모테기파 수장들을 부총재 및 자민당 간사장 등 요직에 앉혀 정권 안정을 꾀했다.
이 중 모테기 간사장은 지난 당 총재선에서 기시다 총리와 경쟁을 벌였으며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총재직에 욕심을 보이는 상황. 기시다 총리가 견제해야 할 라이벌로 부상하고 있다.
아사히는 한 자민당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는 모테기 간사장에게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며 "모테기 씨가 다음 총재선에 나오려 한다면 차라리 오부치를 우대하겠다는 식으로 경종을 울린 것이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자민당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오부치는 모테기도 경계하는 상대다. (모테기를) 견제할 수 있는 것은 같은 파벌 안에서는 오부치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자리에도 오부치에게 동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김대중 대통령과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끌어낸 것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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