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지구촌 위해"…'웨이브' 타고 몰려오는 아이디어들

2023. 9. 1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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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엑스포 홍보 '톡톡' 웨이브

◆ Big Picture ◆

최태원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

"투발루 장관의 수중 연설 보셨죠? 해수면이 높아져서 나라가 사라질 판이에요."

"그레나다는 e전자조달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 고민입니다."

"아제르바이잔에는 화석연료가 98%인데요. 재생에너지로 어떻게 전환해야 할까요?"

지구촌 고민들이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온라인 플랫폼 '웨이브(thewave.net)'로 모이고 있다.

13일 2030 부산세계박람회민간유치위원회(위원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는 부산 엑스포를 알리기 위해 만든 웨이브 국가관이 109개 관에 이른다고 밝혔다. 웨이브는 부산 엑스포가 기존 엑스포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온라인 국가관으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최 회장은 국가관을 짓고 허무는 일을 반복하는 하드웨어 차원의 엑스포도 중요하지만, 각 나라의 지속가능 성장을 돕는 '아이디어 물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웨이브는 최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의 엑스포 유치를 위한 세일즈 포인트다. 실제 최 회장은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을 방문해 웨이브를 시연하면서 "나라마다 독특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부산 엑스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지구촌 아이디어 물결(Wave)을 일으키자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웨이브는 집단지성을 통해 아이디어를 제안·발전·실행하는 솔루션 플랫폼이다. 지난 5월 웨이브에 첫 번째 국가관인 '태평양 도서국'이 개설됐다.

물·전기·통신 부족부터 AI 개발까지

그럼 지구촌의 고민은 뭘까? 아제르바이잔의 화석연료 손 떼기, 그레나다의 e정부 구축뿐만 아니라 세네갈 경제 부흥, 르완다 관광자원 개발, 파나마 담수화 기술, 차드의 식량위기 등 고민의 폭은 다양하다.

최근 대한상의가 지금까지 취합된 109개 국가관의 330여 개 당면과제를 분석한 결과,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23.3%로 가장 많았다. 투발루(해수 온도차 발전 개발), 칠레(그린수소 전환), 카메룬(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25% 달성), 니카라과(태양광 개발), 오스트리아(2030년 신재생 100% 계획) 등 개발도상국, 선진국 구분 없이 에너지 전환은 지구촌의 가장 큰 골칫덩이로 나타났다.

디지털 전환 등 산업 고도화는 두 번째 고민(21.1%)이다. 세네갈의 세네갈강의 기적, 체코의 배터리 가치사슬, 인도네시아의 스마트시티 구축 등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16.8%를 차지했다. 그리스(잦은 화재)와 통가 등 태평양 도서국(해수면 상승) 등은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이 심각하다.

의료나 교육 사각지대에 대한 고민은 11.5%였다. 사모아의 유전자로 발생하는 비만·고혈압,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의 스마트의료 구축, 베트남의 교육 격차 등이다. 식량위기에 대한 대응력을 기르려는 나라는 10.6%였다. 기니비사우(식량난 문제 해결), 짐바브웨(아프리카 빵바구니 명성 회복) 등이다. 이 밖에 피지(지하수 염분 처리), 코트디부아르(상수도 확충) 등 식수 부족 대응(6.8%), 폐기물 재활용(5.9%), 관광자원 개발(4.0%)에 힘쓰는 나라도 있었다.

위에서부터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의 탄소 감축 전략에 대해 설명하는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폐어망(Ghost nets) 재활용에 대해 설명하는 그리스 기업 헬시시즈(Healthy Seas) 직원. 카리브해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의 의료 솔루션 지원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송정한 분당서울대병원장. 부산 엑스포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세인트키츠네비스의 육상영웅 킴 콜린스. 웨이브

"지구촌 문제풀이 아이디어 구합니다"

부산세계박람회민간유치위원회는 "2030 부산 엑스포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7년간 이들의 문제에 대해 고민을 모아보겠다"며 "지구인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밝혔다.

문제 해결에 다가서는 현지 기업이나 한국 기업도 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이루려는 국가를 위해 SK에코플랜트는 캐나다 모래바람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캐나다에서 풍력발전을 통해 연간 6만t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이 그린수소를 유럽 등 다른 대륙으로 이동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내용을 담은 영상이 그것이다. 그린수소는 수소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어 궁극적인 친환경 에너지로 불린다. SK에코플랜트는 2025년께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은 독일 국가관 영상에 참여해 2035년까지 탄소배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프라이부르크시의 의지를 소개했다. 대중교통 중 70%가 친환경이고, 시민의 30% 이상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세먼지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들여다봐야 할 도시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과 GS칼텍스는 폐식용유, 생활 폐기유, 동식물성 기름 등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항공유를 선보였다. 비행기 운영 비용의 40%가 기름값인데, 항공유가 바이오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로 대체된다면 비행기 탄소배출량의 80%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산불 감시 드론 기업 아르고스다인은 "엑스포에 첨단기업이 많이 참석해 기술을 공유하면서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갔으면 한다"는 영상을 보내왔다.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는 분당서울대병원이 나섰다. 송정한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카리브해에 있는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의 의료인을 초청해 의료 서비스를 소개하고 기술도 전파했다"며 "의료 역량이 취약한 국가를 대상으로 의료인력과 장비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 사각지대에 대해 스타트업 다비다는 마법 같은 '지니 펜'을 제안했다. 먼 거리에 있는 학생이 매직 펜으로 글을 쓰면 원격으로 선생님이 학생 노트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출석과 집중도도 확인할 수 있어 교육여건이 불충분한 지역에도 도시와 흡사한 교육환경을 만들 수 있다. 수학문제 풀이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한국 기업 콴다는 "베트남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겠다"며 부산 엑스포를 응원했다.

1970년대 한국의 식량자급 100%를 달성하게 한 주역 '통일벼'를 아프리카에 확대 보급해야 한다는 영상도 있다. 통일벼의 아프리카 보급은 농업진흥청 사업이다. 만성적 식량 부족으로 빈곤을 겪고 있는 나라에 현지인 입맛에 맞는 통일벼 개량 품종으로 또 하나의 한류 붐을 일으키겠다는 취지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해수 담수화 기술은 섬나라에 유용하다. 남태평양 지역은 토양, 식수 염류화로 물이 부족한 나라가 많다. 세계 최고 해수 담수화 기술을 지닌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바닷물을 식수와 생활용수로 만드는 설비를 공급한다면 많은 도서국이 물 부족에서 벗어나 깨끗한 물을 즐길 수 있다. 스타트업 글로리엔텍은 "깨끗한 식수가 부족한 아프리카 모리타니에 마을단위 정수설비를 설치하고 있다"며 "식수 문제로 고통받는 10억 지구인을 위한 솔루션이 부산 엑스포에서 논의되길 바란다"는 영상을 전했다.

폐기물 재활용 아이디어도 웨이브에 나왔다. 그리스 기업 헬시시즈(Healthy Seas)는 영상을 통해 "폐어망(Ghost nets)을 거둬 나일론 원사를 뽑는다"며 "부산 엑스포에서 이 같은 문제를 더 깊이 이야기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기아와 네덜란드 비영리단체 간 합작사업 '오션 클린업(Ocean Cleanup)' 프로젝트도 소개됐다. 태평양 바다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 전기차 부품 일부로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관광 개발 솔루션도 나왔다. 한 서포터스는 "섬나라를 하나로 묶어 관광상품을 개발하면 해당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순례자 여권이나 보물섬 지도 등을 통해 포인트를 쌓아나가면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더없는 추억여행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세인트키츠네비스의 육상영웅 킴 콜린스, 자메이카 음악 차트 1위에 빛나는 한국 음악가 스컬, 크로아티아의 태권도 협회장 안토 노빌로도 부산 엑스포 서포터스를 자처하며 웨이브로 영상을 보내왔다.

현재 영상은 800여 건, 댓글 3만9000건, 해당국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기업은 130개사를 넘어섰다. 하루 웨이브 방문자는 100여 개국에서 1만~2만명에 이른다.

세계 60여 개국 정상들 국가관 관람

유치 활동이 이어지면서 이미 60여 개국 대통령, 총리 등 정상이 웨이브 국가관을 관람했고 호쾌한 웃음으로 답했다. 국가관마다 자국 기업과 서포터스 영상이 이어지면서 '한국과 한편'이라는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국가 정상들은 웨이브를 보고 "탁월한 아이디어"라며 "우리 과제에 대해 많은 솔루션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솔루션 제공 시점을 묻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2030 엑스포 유치국은 오는 11월 28일 BIE가 위치한 프랑스 파리에서 결정된다. 민간유치위원회 위원장은 SK그룹 회장인 최 회장이다. 유치위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권오갑 HD현대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다. 각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치전은 대한민국 부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간 삼파전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부산 엑스포는 60조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또 고용 창출 50만명에 관람객은 전 세계에서 3480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측된다.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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