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계획 철회 촉구…육사·국방부 비판

역사학계가 육군사관학교와 국방부가 내세운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이유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육사 교내 흉상 철거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국역사연구회 등 51개 역사단체는 오늘(13일) 서울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사 내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계획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성명에서 "대한민국 육군 장교 양성의 산실인 육사가, 독립운동의 역사를 계승한 대한민국 정부가, 광복을 보지도 못하도 이역만리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 한 독립운동가의 삶을 자신들의 편협한 주관에 따라 재단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육사와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이유로 꼽은 세가지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습니다.

먼저, 자유시참변 당시 홍범도는 유혈 사태를 우려했고 무장해제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 빨치산은 비정규군이라는 뜻으로 일제강점기에 독립군이나 의병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됐다는 점, 일제강점기에 공산주의는 독립운동의 한 방편이었고, 좌우를 막론하고 독립운동 세력은 소련에 기대하는 바가 컸다는 점을 들어 육사와 국방부의 주장을 비판했습니다.

또 이들은 성명에서 "육사와 국방부, 정부의 왜곡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자랑인 평민 의병장, 대한독립군 대장, 북로정일제일군 사령관 홍범도가, 50만 고려인의 상징인 홍범도가 부관참시당했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홍범도 흉상 철거 계획으로 야기된 사회적 논란에 상처를 입고 모욕을 받은 국민과 동포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현 정부는 이승만 중심의 건국사만을 대한민국의 정통으로 강조하고 그와 결이 다른 다양하고 풍부한 독립운동사를 배제하려한다"면서 "일본과 관계 개선을 빌미로 일본제국주의와 싸웠던 엄연한 역사적 사실마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묵화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육사 교내 홍범도 흉상 철거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과 현 정부는 더 이상 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습니다.

이 성명에는 강원사학회, 고려사학회, 냉전학회, 대한의사학회, 도시사학회,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명청사학회, 민족문제연구소, 백산학회, 백제학회, 부경역사연구소, 부산경남사학회,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웅진사학회, 역사교육연구소, 수선사학회, 역사교육연구회, 역사교육학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와교육학회, 역사학연구소, 역사학회, 연세사학연구회, 의료역사연구회, 일본사학회, 전국역사교사모임, 전북사학회, 조선시대사학회, 중국근현대사학회, 중국사학회, 한국고고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과학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러시아사학회, 한국미국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사회사학회, 한국생태환경사학회, 한국서양사학회, 한국서양중세사학회, 한국여성사학회,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민속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중세사학회, 한국프랑스사학회, 호남사학회, 호서고고학회, 호서사학회, 이상 51개 단체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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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연 기자 (belle@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