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 관인’ 질문에 운전면허증 꺼낸 李 변호인 “경찰청장이 내게 발급해 줬다는 건가”
전결권에 따라 관인 저절로 찍혔다는 점 내세운 것으로 해석돼
“운전면허증에 경찰청장 직인이 찍혔다고 해서 경찰청장이 발급해 줬다는 것인가.”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으로 지난 12일 검찰 소환조사에 응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인인 박균택 변호사가 공문의 관인 언급 과정에서 취재진에게 이러한 비유를 댔다. ‘공문에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서명이 있었다는 건데 그러면 아예 그 사실을 모르신다는 말씀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박 변호사가 면허증의 경찰청장 직인을 끌어와 “경찰청장이 나한테 발급해 준 건가”라고 답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표현이 나왔다.
‘경찰청장이 내게 면허증 발급해 준 일을 아느냐’는 말은 “아랫사람들에게 위임했고, 전결권에 따라 서명하면 관인은 저절로 찍히게 되는 것”이라는 대목으로 이어졌다. 관인이 전적으로 도지사의 결재를 의미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검찰이 왜곡하면 안 된다는 박 변호사의 지적이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김진의 돌직구쇼’에서 해당 영상을 본 정혁진 변호사와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정 변호사는 “운전면허증은 내가 가서 검사를 받고 적당한 수준의 실력이 있으면 발급이 된다”며 “경기도 입장에서 방북을 추진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면허증과 비교할 수조차 없다는 취지로 부각했다. 이어 “부지사가 도지사 모르게 일을 진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경기도와 당시 이재명 지사의 운명을 바꿀 중요한 결재 문서에 ‘나는 몰랐다’(고 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되물었다.
정 변호사는 “증거는 차고 넘치는데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이야기한 것”이라며 “‘내가 사인한 게 맞아, 나는 알고 있어요’라는 증거에 대한 자백만 없을 뿐이지 제반 증거는 다 확보된 상황으로 본다”고 쏘아붙였다.
박 전 수석은 “양쪽 모두 여론에 호소하는 마지막 단계”라는 말로 우선 조심스러운 입장부터 취했다.
계속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때문에 유엔 차원의 강한 압박과 제재가 실행되던 때인데, 지방정부가 대북사업을 추진할 수는 있겠지만 저렇게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것들에 도지사가 공문서를 꾸며 싸인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대북사업을 밀어붙일 수 없는 시기 그 자체였다면서다.
박 전 수석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주목하고 “평화부지사라는 중책을 맡았는데 압박과 제재가 심해 아무 역할도 못하는 상황에서 뭔가 자기 역할을 하려는 개인적 욕심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했다. 같은 관점에서 “각자 확신을 갖고 말하는 건 좋지만, 이재명 대표가 황당한 상황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국가적, 지방정부적 상황에 처해 있던 것도 맞다”고 내세웠다.
피의자 신분으로 수원지검에 출석해 4시간30여분간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조사를 받은 이 대표는 청사를 나서면서 “증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검찰을 질타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2019년 이 전 평화부지사 요청으로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달러를 비롯해 당시 북측이 요구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검찰은 이 대표가 북한의 인도적 지원을 핑계 삼아 도지사 방북이 성사되도록 스마트팜 사업비 지원 등을 추진했고,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김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부담하게 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 대표는 조사를 마친 후 2차 조서에는 서명 날인했지만, 지난 9일 조서에는 자신의 진술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내세우듯 서명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정신 차리고 국민 주권을 인정하고 주어진 권력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대로 사용하길 바란다”며 “결국 사필귀정이다. 잠시 억압하고 왜곡, 조작할 수 있겠지만 오래가지 못한다”고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검찰청사에 들어서기 전, 이 대표는 “정권은 짧고 국민과 역사는 영원하다”고 말하면서 취재진의 ‘대북송금 관련 공문에 도지사가 직접 결재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라는 질문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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