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단 12명 골프 국대의 세계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3. 9. 13. 16: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서 프로 골퍼를 꿈꾸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게 하나 있다.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다. 매년 국가대표 자격을 얻는 선수가 남자부와 여자부 각각 6명씩밖에 되지 않는 만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태극마크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게 국가대표 타이틀이지만 골프계 관계자들은 "최소 5억원 이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확실한 근거가 있다. GS칼텍스 매경오픈과 코오롱 한국오픈, DB그룹 한국여자오픈 등 프로 대회에 출전하고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AAC) 등 국제 대회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지훈련과 레슨, 멘탈 코칭 등에 대한 비용을 지원받고 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할 때 국가대표라는 프리미엄이 붙는 만큼 태극마크 가치는 수억 원으로 평가받는다.

게티이미지뱅크

국가대표 선수들 사이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은 건 프로 대회 출전이다. 골프단을 운영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대회에 출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다. 국가대표의 경우 일반적으로 대한골프협회(KGA) 주관을 포함해 3~5개 프로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며 "프로 데뷔 후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대표 출신들이 많은 이유가 아마추어 때부터 프로 대회에 꾸준히 출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골프 국가대표인 장유빈 역시 지난달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군산CC 오픈 정상에 오른 원동력으로 꾸준한 프로 대회 출전을 꼽았다. 2021년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장유빈은 "지난 2년간 국가대표 자격으로 여러 프로 대회에 출전한 덕분에 어떻게 쳐야 좋은 성적을 내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며 "프로 대회 출전 경험이 없었으면 아마추어 신분으로 코리안투어 정상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프로 대회에 나간 것이 엄청난 도움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 대회 출전도 국가대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이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랭킹 1위를 달리는 등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예원이 국제 경험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한 대표적인 선수다.

이예원은 "국가대표 시절 몇몇 국제 대회에 출전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태국과 중국, 미국 등 실력이 뛰어난 또래 선수들을 보며 자극받아 더 열심히 했다"며 "한국 골프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잔디에서 쳐본 것도 엄청난 자산이 됐다. 지난달 우승을 차지했던 두산 위브 챔피언십이 열린 골프장 잔디가 버뮤다였는데 국가대표 시절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을 최고의 환경에서 준비할 수 있는 전지훈련 지원도 아마추어 선수들이 국가대표에 목숨을 거는 이유 중 하나다. 다음 시즌 성적을 사실상 결정한다는 전지훈련에 들어가는 비용은 최소 1500만~2000만원이다. 미국과 호주 등에서 겨울을 보내는 경우는 3000만원 이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대표 선수들은 비용 문제에서 자유롭다. 매년 겨울 다음 시즌 국가대표로 선발된 12명의 선수는 KGA에서 모든 지원을 받으며 최고의 코칭 스태프와 함께 훈련한다. 최근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한 선수의 어머니는 "아이를 골프 선수로 키우는 입장에서 전지훈련 비용이 따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가대표 선수들이 받는 몇 가지 혜택이 더 있다. 국가대표팀에 소집된 기간만큼 일정 금액이 계산된 훈련비를 받는 것이다.

프로 골퍼가 된 뒤 필요한 여러 가지 교육을 해주는 것도 국가대표 선수들이 누리는 혜택 중 하나다.

KGA 한 관계자는 "큰돈은 아니지만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공식 훈련 기간에는 각 선수에게 훈련비가 나간다"며 "또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장에서는 어떻게 말을 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다양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골프를 잘 치는 게 아닌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로 전향할 때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이 붙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임성재와 고진영, 김효주, 고군택, 박지영 등처럼 프로가 된 뒤에도 각 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성공 보증수표로 통하기 때문이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메인 스폰서와 용품 후윈 계약 등을 체결할 때 아마추어 시절 성적과 인성 등을 종합해 후보군을 추리는데 국가대표 이력이 있으면 한 단계 높은 평가를 받는다"며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다른 선수보다 최소 5000만원 이상을 더 받을 수 있다. 아시안게임 등에서 메달을 목에 건 특급 기대주의 경우에는 1억원 이상의 국가대표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만 느낄 수 있는 자신감과 자부심은 어떤 것으로도 살 수 없는 특별한 가치다. 임성재는 "아마추어 시절 그토록 바라던 국가대표가 된 뒤 가장 달라졌던 건 내 골프에 대한 자신감이다. 태극마크가 주는 힘은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올해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안성현과 김민솔 등도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안성현과 김민솔은 "한국을 대표해 국제 대회에 나갈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한국 골프 국가대표 자격으로 출전해서 그런 것 같다"며 "특히 시상대에 오를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한 기분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KGA는 지난해부터 실력이 가장 뛰어난 국가대표 12명을 뽑기 위해 특별한 순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남자골프와 여자골프 세계랭킹처럼 특정 기간 성적을 점수화해 순위를 매긴 KGA 랭킹 시스템이다. 최근 1년간의 성적이 기반이 되는 KGA 랭킹 시스템에 대한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한 주의 성적이 중요한 선발전과 다르게 최근 1년간 성적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만큼 검증된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다는 것 같다"며 "올해 국가대표가 KGA 랭킹 시스템이 배출한 1기 선수들이다. 장유빈과 김민솔 등이 프로 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국가대표 선수 선발이 올바르게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