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청포도로 빚은 화이트 와인, 국제무대 '감탄사'

김기정 전문기자(kim.kijung@mk.co.kr) 2023. 9. 1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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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대전국제와인엑스포
아시아 와인 트로피 심사
전세계 심사위원 103명 참가
3200여개 블라인드 테이스팅
최고등급 '그랑골드' 28개 배출
메론 향 강한 '피아노' 품종
"이탈리아 와인의 재발견" 평가
2023 대전국제와인엑스포 아시아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같은 포도 품종으로 만들었는데도 각각의 와인 맛이 완전히 다르네요. 한국 와인 양조 수준이 상당히 높이 올라와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대전국제와인엑스포 아시아 와인 트로피(Asia Wine Trophy) 심사현장. 평가가 끝나자 기자가 속한 12번 테이블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의 감탄이 이어졌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아시아 와인 트로피는 국제 와인기구(OIV)가 인증하는 아시아 최초이자 유일의 와인 전문 품평회다.

아시아와인트로피의 박찬준 디렉터는 "올해는 38개국에서 3295종의 와인이 출품됐다"면서 "전 세계 23개국에서 참가한 103명의 심사위원이 17개 그룹으로 나뉘어 3일부터 나흘간 출품 와인을 심사했다"고 밝혔다.

그룹마다 심사하는 포도 품종과 출품 와인이 다르다. 기자가 속한 12조에선 오스트리아 화이트, 프랑스 보르도 블렌딩 레드, 이탈리아 화이트와 레드, 한국 화이트,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 등을 심사했다. 와인의 라벨을 가린 채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진행된 이번 평가에서 공개된 정보는 와인의 생산년도(빈티지)와 포도 품종뿐이다. 심사위원들은 하루 40~50종류의 와인을 평가하는데 이날 12조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끈 포도 품종은 한국의 '청수'였다. 청수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청포도로 한국 기후, 토양에 잘 맞아 화이트 와인 재료로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 그리스 와인을 수입하며 이날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파블로 장 씨는 "청수로 만든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은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스페인에서 온 토마스 아리바스 씨도 "한국 와인은 처음 맛본다"면서 "청수라는 포도 품종도 처음 들어봤지만 기대 이상의 맛과 품질"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피아노(Fiano)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도 풍성한 향과 맛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레스토랑에서 프랑스 상세르(Sancerre) 지역의 소비뇽 블랑이나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 경쟁할 수 있는 하우스 와인으로도 적합해 보였다. 호주와인협회 한국지사의 정수지 대표는 "이탈리아 피아노는 강한 메론향이 인상적인 품종"이라고 평가했다.

갑자기 옆 테이블에서 심사위원들의 환호와 함께 박수가 터졌다. 최고 등급인 '그랑 골드' 점수를 받은 와인이 나왔기 때문이다. 5~6명의 심사위원들이 한 조를 이뤄 평가를 하는데 최고점과 최고점을 제외한 평점이 92점 이상이 되면 '그랑 골드' 등급을 받게 된다.

올해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선 스페인 '라스 모라다스 데 산 마르틴' 등 28개의 그랑 골드가 배출됐다. 전체 출품 와인의 1%가 채 안 되는 수준이다.

심사위원들이 좋은 점수만 주는 게 아니다. '평가'를 하러 왔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간혹 코르크 마개에 곰팡이가 생기거나 와인이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변질돼 퀴퀴하게 썩은 냄새를 풍기는 것을 코키드(corked) 또는 프랑스어로는 부쇼네(Bouchonne)라고 표현하는데 향만 맡아서는 구분이 힘든 경우도 많다. 실제 평가에 나왔던 한 와인은 여러 심사위원들이 '코키드'로 판단해 '판정불가' 점수를 주었다.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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