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섬나라 기후소송…이산화탄소가 바다 오염, 인정될까요?

김정수 2023. 9. 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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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쫌’ 아는 기자들][기후 위기]기후변화 ‘쫌’ 아는 기자들
지난 11일(현지시각)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서 군소도서국가들의 지난해 말 제기한 ‘기후소송’과 관련한 첫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청문회는 25일까지 계속된다. 국제해양법재판소 제공

A.군소도서국가들이 지난해 말  독일 함부르크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온실가스 감축을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들의 의무로 정의해 달라고 요청하는 일종의 ‘기후소송’을 제기했어요. 지난 11일(현지시각)부터 재판소 주법정에서 열리고 있는 청문회는 그 요청에 대한 법적 답변을 찾아가는 과정이지요.

1994년부터 발효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바다의 헌법’이라고 불립니다. 320개의 방대한 조문에 해양과 관련한 거의 모든 사항을 담고 있기 때문이죠. 해양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규정도 당연히 들어 있지요.

협약은 ‘해양환경오염’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정부가 공포한 조약 국역본을 그대로 옮기면 “생물자원과 해양생물에 대한 손상, 인간의 건강에 대한 위험, 어업과 그 밖의 적법한 해양이용을 포함한 해양활동에 대한 장애, 해수 이용에 의한 수질악화 및 쾌적도 감소 등과 같은 해로운 결과를 가져오거나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나 에너지를 인간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강어귀를 포함한 해양환경에 들여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협약에 가입한 160여 당사국들에게 “모든 오염원으로부터 해양환경 오염을 방지, 경감, 통제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요.

지금 바다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로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온난화로 기후시스템에 추가되는 열의 약 90%는 바다에 흡수돼 수온을 끌어올리고,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25%는 바다에 녹아 해양 산성화를 일으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지요. 식물을 성장시키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에 없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바다에 너무 많이 녹아들어 생태계를 위협하는 이산화탄소라면 해양환경 오염원으로 규정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11일(현지시각)부터 독일 함부르크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주법정에서 투발루, 바투아누, 바하마 등 9개 섬나라의 요청으로 열리고 있는 청문회는 바로 이 질문과 관련돼 있어요.

지난해 12월 재판소에 공식 제출된 이들의 요청은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들의 해양환경 보전 의무에 이산화탄소에 의한 해수면 상승, 수온 증가, 산성화 등을 방지하는 것도 포함되는지 확인해달라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형식은 해양법재판소에 자문을 요청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면서도 기후변화의 피해를 크게 받는 섬나라들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들을 상대로 이른바 ‘기후정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 소송의 성격은 청문회에 출석한 도서국 대표가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외신을 보면 카리브해에 있는 앤티가 바부다의 개스톤 브라운 총리는 이날 청문회를 “해양 환경 보호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명확히 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투쟁의 첫 장”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이행되지 않는 공허한 약속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의무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왔다”고 역설했지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섬나라들은 2021년 10월 기후변화 문제를 국제법적 원칙을 분명히 해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파리기후협정(Paris Agreement)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이 더 강력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구속력 있는 국제법을 동원하려는 것이죠. 이렇게 출범한 ‘기후변화 및 국제법에 관한 군소도서국 위원회’(COSIS)가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이 당사국들에 해양오염 방지 의무를 지운 유엔해양법협약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말 해양법재판소에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해양환경 악화를 꼭 집어 해양법협약 당사국들에 어떤 의무가 있는지 판단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던 것이죠.

이들이 바라는 대로 이산화탄소가 해양법협약상 해양환경 오염원으로 인정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스스로 공약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나라는 국제법을 어긴 나라로 규정돼 강력한 목표 달성 압박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소송이 다른 어떤 기후소송보다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지요.

11일 유엔해양법재판소의 첫 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 해양법재판소에는 34개 협약 당사국,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을 비롯한 9개 국제기구와 국가연합에서 서면 의견서를 제출해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한국 정부도 지난 6월16일 “기후변화와 관련된 모든 심각한 문제를 다루는 데는 협약의 구체성에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15일 청문회에 참석해 진술할 예정이지요.

이 청문회는 25일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관심이 있는 누구나 국제해양법재판소 누리집 중계를 통해 지켜볼 수 있습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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