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다운 군대 만들겠다”는 신원식…국방부 이념 전쟁 속도전
박정훈 대령에게 “삼류 정치인이나 할 망동”
9·19 군사합의 파기·대북 심리전 재개 주장
신원식 신임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육군사관학교 경내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이전해야 한다고 국회에서 최초로 주장한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의 반공주의적 역사관과 강경 대북관에 들어맞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내정자가 수장으로 앉으면 ‘이념 전쟁’의 전위대로 나선 국방부의 움직임도 한층 빠르고 강경해질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윤석열 대통령의 외압이 작용했다고 주장하는 박정훈 대령 항명 혐의에 대한 국방부 검찰단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신 내정자는 13일 오후 대통령실에서 열린 개각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내외 안보 환경의 도전이 심각하다”며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 내정자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최초로 홍 장군 흉상 이전을 주장했다. 당시 “홍범도 장군이 봉오동 전투에서 공을 세우긴 했으나 독립군의 씨를 말린 자유시 참변의 주동자였는데 왜 육사에 흉상을 놔뒀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최근 국방부가 흉상 이전의 명분으로 내세운 논리와 동일하다. 하지만 홍 장군을 자유시 참변과 연관시킬 수 없다는 게 다수 역사학자들의 분석이다.
신 내정자는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각종 현안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과 궤를 맞춰왔다. 정부가 공격받는 상황이 생기면 적극 엄호하는 한편 정부 정책을 직설적이고 강한 표현으로 옹호하며 지원 사격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에 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감싼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7일 이 회장이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국방부 장관 자리에서 퇴진하는 것이 조국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며 홍 장군 흉상 이전을 강하게 비판하자 신 내정자는 “구태 정치인 모습 같아 참으로 씁쓸하다”고 했다. 홍 장군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대해 국방부 대변인과 기자단 사이 공개 설전이 오간 뒤인 지난 3일에는 2000자 분량의 글을 통해 “독립투사 홍범도도 맞지만 공산당원 홍범도도 지울 수 없는 사실”이라고 거들었다.
신 내정자가 차기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만큼 박정훈 대령의 항명과 상관(국방부 장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 내정자는 박 대령이 처음 카메라 앞에 선 지난달 11일 “군인이 아닌 저질 삼류 정치인이나 할 법한 망동”이라며 “창군 이래 처음 보는 황당한 풍경”이라고 했다. 박 대령 측이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소집을 요청한 이튿날인 지난달 13일에는 3000자가 넘는 분량의 글을 써 “일탈 행동이 갈수록 가관”이라며 “국군과 해병대의 명예, 군사 작전은 물론 대민 지원에 이르기까지 두고두고 해악을 끼칠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직권으로 수심위를 소집했다.
그는 전임 정부의 반대 방향을 택하는 윤석열 정부의 ‘ABM(Anything But Moon)’ 기조와도 보조를 맞췄다.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사건에 대해 지난해 12월29일 “이번 도발은 안보 공백이라고 호들갑 떨 일이 아니며 굳이 따지자면 (관련 예산 편성을 하지 않은)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안보 정책의 참담한 성적표”라고 했다. 지난달 29일에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굳이 육사에 설치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늘날 논란을 부른 근원”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육사에 흉상을 설치한 것은 (북한이 주적이라는) 우리 군의 대적관을 허물기 위한 큰 그림의 일환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방부가 북한의 군사 도발을 빌미로 대북심리전을 재개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내정자는 지난해 12월28일 “정부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9·19 군사 합의와 대북전단금지법을 무효화하되 그 이전에라도 북한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북심리전을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우리 국민의 안위보다도 북한 정권의 심기 경호를 우선하는 반국민 정당임을 자처하는 것으로 엄중한 국민적 심판을 모면치 못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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