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4년반만에 만나 40초간 악수…"제국주의에 맞서 함께"(종합2보)
러 "북러 정상, 민감 분야서 협력…내용 공개안될 것"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년 5개월만에 대면해 현안을 논의했다.
리아노보스티(RIA)과 타스통신, 인테르팍스 등 러시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간 회담은 13일(현지시간) 오후 2시25분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약 1000km 떨어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시작됐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여러분을 다시 만나게 돼 매우 기쁘다. 우리는 이 부문(우주 개발)이 이곳에서 발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우리의 만남은 매우 특별한 시기에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당연히 경제 협력에 대한 질문들과 인도주의적인 성격의 문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많은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총비서는 "우리의 우정은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는 우리나라의 최우선 과제"라면서 "우리의 만남이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는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패권(헤게모니)에 맞서 자국의 주권과 안보를 지키기 위한 신성한 싸움을 하고 있다. 우리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지도부의 결정을 지지할 것이며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데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총비서는 열차편으로 러시아로 이동한 뒤 우주기지 인근 역에서 리무진을 타고 회담장을 찾았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김 총비서는 먼저 도착한 푸틴 대통령의 환영 인사를 받으며 약 40초간 악수를 나눴다. 푸틴 대통령이 먼저 "만나서 반갑다", "이곳은 우리의 새로운 우주기지다"라며 환영했고, 이에 김 총비서는 "바쁜 일정에도 우리를 초청해주고 환대해줘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 푸틴, 김정은에게 우주기지 시설 안내…"위성 개발 돕겠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의 우주 위성 개발 사업을 돕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의 우주 위성 건설을 도울 것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서 만난 것이다. 김정은은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우주 기술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대화에서 군사적 기술협력이 논의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푸틴 대통령은 "모든 문제에 대해 천천히 논의하겠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을 실시하기 전 김정은 총비서에게 직접 우주기지 내부 시설을 안내하기도 했다.
양국 정상은 우주기지 내 앙가라 미사일이 조립되고 있는 기술동을 방문했고, 소유즈 2호 발사체와 앙가라 계열 발사체의 기술적 특성에 대한 이야기도 주고 받았다.
김정은 총비서는 함께 도착한 대표단과 기술적인 설명에 경청했고, 김 총비서는 로켓 연료의 특성과 발사체의 추진 원리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인테르팍스는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설을 시찰한 뒤 수첩에 한글로 짧은 메모를 남기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인테르팍스는 전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평양에서 철길로 최소 2300㎞ 거리에 있는데,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위성 등 첨단 기술을 얻으려는 상황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5월31일과 8월24일 정찰위성 발사에서 두 차례 실패한 바 있다.
◇ 무기 거래·북 노동자 파견 등 '민감현안' 논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의 무기고가 고갈된 상황에서 양국 정상은 군사기술 협력 확대 등에 합의할 방침이다. 또 북한 근로자의 러시아 파견과 북한에서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지원 가능성 등 포괄적 주제로 회담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김 총비서는 자국 식량난을 해결할하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식량을 지원받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하산역~북한 나진항간 철도를 연결하는 사업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문제 등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양국 정상의 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회담에 앞서 "이웃 국가로서 공개하거나 발표돼서는 안되는 민감한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면서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은 예정되지 않다고 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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