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음식물 쓰레기서 수소 만들어 車 충전”…탄소중립 앞당길 수소기술은?

2023. 9. 1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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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수소 전시회 ‘H2 MEET 2023’ 개막
현대차그룹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 과정 전시
포스코 6개사 총출동·코오롱 전시회서 MOU 성과
역대 최대 규모 개최…18개국 303개 기업 등 참가
현대차그룹의 이동형 수소 충전소. [김지윤 기자]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1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수소산업전시회 ‘H2 MEET(Mobility Energy Environment Technology) 2023’에서는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었다. 개막 한 시간 전부터 수소산업 동향을 살피려는 업계 관계자 등의 발길이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은 총 1125㎡ 면적의 전시장에 현대차, 현대건설, 현대로템 등 여러 계열사들이 참여한 수소 생태계를 선보였다. 현대차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청소차’를 통해 폐기물을 수거하면, 현대건설이 폐기물에서 바이오가스를 생산한다. 현대건설은 지난 2008년 바이오가스 연구개발 원천 기술을 확보했고, 2016년부터 음식물 쓰레기에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충주시 음식물 바이오 에너지센터’를 가동 중이다. 여기서 생산된 바이오가스는 충북 충주에 위치한 바이오 그린수소 충전소에 공급된다.

현대로템은 바이오가스로부터 수소를 추출하는 ‘하이 그린 300’ 기술 공정을 전시회에서 소개했다. 천연가스·바이오가스를 섭씨 700~800도의 고온 스팀과 함께 반응시키는 SMR(Steam Methane Reforming) 공정을 통해 고순도 수소를 생산한다.

하이 그린 300은 충주 바이오수소융복합 충전소(1대), 삼척 수소충전복합스테이션(2대), 대전 낭월 수소충전소(2대), 인천 그린에너지 수소추출시설(2대)에서 운영 중이다.

수소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엿볼 수 있었다. 현대차의 이동형 수소 충전소 ‘H 무빙 스테이션’이 대표적이다. 이 스테이션은 25t 대형트럭 엑시언트에 수소압축기, 저장용기, 냉각기, 충전기 등 핵심 설비를 모두 탑재해 만들어졌다.

이동형 수소 충전소의 최대 충전 압력은 350바(bar)로 수소 전기차 ‘넥쏘’ 기준 1대당 최대 2.5㎏ 내외의 수소 충전을 지원한다. 하루에 최대 50대까지 충전할 수 있다.

김형대 현대로템 수소에너지영업팀 책임매니저는 “수소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동형 수소 충전소가 대안이 되고 있다”며 “현재 광진구에서 2기를 운영 중이고, 3기는 제주도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파워 유닛 모듈’ 콘셉트 모델. [임세준 기자]

현대차그룹이 전시한 수소 저장장치 ‘파워 유닛 모듈’ 콘셉트 모델의 경우 관람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 장치는 50㎾급 연료전지 시스템이 단위 모듈로 결합된 형태를 띄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필요에 따라 여러 개의 연료전지 시스템을 연결해 100㎾, 1MW 등 요구되는 출력량에 맞춰 다양한 활용처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홀딩스,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이앤씨,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 6개 사가 함께 부스를 꾸렸다. 특히 그룹이 전 세계에서 추진 중인 청정 수소 생산 프로젝트의 성과와 미래 비전을 3D 파노라마 영상으로 구현해 뛰어난 몰입감을 제공했다. 포스코그룹은 오만, 호주, 미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등 9개 핵심 전략 국가에서 청정 수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포스코그룹의 친환경 저탄소 철강원료 HBI(Hot Briquetted Iron)존. [포스코 제공]

포스코그룹은 올해 새롭게 친환경 저탄소 철강원료 ‘HBI(Hot Briquetted Iron)존’을 신설해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HBI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환원)한 환원철을 조개탄 모양으로 성형한 가공품이다. 포스코그룹은 철광석이 풍부한 호주에서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HBI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석탄 대신 수소로 친환경 철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HyREX(Hydrogen Reduction Ironmaking)’를 소개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 실증을 완료하고 대규모 상용플랜트를 운영,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코오롱그룹도 다양한 수소 관련 기술을 소개했다. 코오롱그룹 수소사업분야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핵심 소재인 고분자 전해질막(PEM)과 막전극접합체(MEA) 및 현대차 ‘넥쏘’에 탑재되는 수분제어장치를 전시했다.

코오롱 전시부스. [코오롱 제공]

코오롱그룹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업무협력(MOU) 성과도 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플라스틱이 함께 독일 최대 발전사업자인 RWE의 자회사 ‘RWE Renewables Korea’와 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를 통해 이들은 공동으로 신규 재생 에너지 사업 개발에 나서고,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RWE 부스에서 관계자가 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RWE는 코오롱그룹과 업무협력(MOU)을 체결했다. [김지윤 기자]

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잘 알려진 고려아연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겠단 포부를 내놨다. 특히 고려아연은 그린수소 사업자로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호주에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한다.

향후 국내외에서 다양한 수소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여기서 나아가 물류 자회사 내 디젤트럭을 수소트럭으로 대체하고, 수소 충전소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 등도 진행한다. 장기적으로는 호주에서 생산된 그린수소 및 그린암모니아를 국내에 도입, 수소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H2 MEET의 규모가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4회차를 맞은 올해 전시회에는 현대차, 포스코를 비롯해 한화그룹, 효성그룹, 세아그룹, 두산그룹 등이 전시 부스를 꾸렸다. 해외에서는 알더블유리뉴어블즈(독일), 에어프로덕츠(미국), 브롱호스트(네덜란드), 크래프트파워콘(스웨덴), 아파브(프랑스) 등이 존재감을 발휘했다. 전 세계 18개국 303개 기업·기관이 참가했으며, 참가 기업은 전년 대비 약 26%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6개국에서 241개 기업·기관이 참가했다.

강남훈 조직위원장이 1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H2 MEET 2023’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H2 MEET 조직위원회 제공]

이날 오전 열린 개막식에서 강남훈 조직위원장은 “세계 주요 국가들이 각종 지원 정책을 통해 수소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작년 11월 수소산업육성 정책방안을 발표하고, 우리 수소산업을 세계 1등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이에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한화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H2 MEET은 수소 생태계 전반의 최신 기술동향을 제시하고, 사회가 친환경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며 “조직위는 이번 행사가 수소산업 발전과 도약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글로벌 교류와 협력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훈(첫줄 오른쪽 세번째부터) 조직위원장과 이원욱 국회의원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지윤 기자]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축사에서 “수소를 활용하면 미래 위기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우리 정부 역시 수소 생산-유통-활용 전주기 생태계를 더욱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원욱 국회의원은 “경쟁력 있는 수소산업 생태계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법률, 제도 정비와 더불어 수소 전문 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국회 역시 수소산업과 수소 모빌리티 산업 발전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최기성 H2 MEET 조직위원회 사무국장은 “해외 기업들이 직접 후원문의를 하고, 각국의 전문가들이 강연을 자처하는 등 전시회가 날로 성장하고 있다”며 “수소를 주제로 하는 전시회로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인 만큼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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