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 미미”…규제 완화 조짐에 마트노동자들 ‘반발’
“온라인 지출 급증, 이커머스 시장만 이익”
마트노조 “의무휴업, 노동자 건강권 목적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도입 이후 전통시장 등에서의 소비 지출이 크게 늘지 않았으며 오히려 무점포 온라인 마트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축소 및 폐지 등의 규제 완화를 주장하지만, 사실상 의무휴업 당사자인 마트 노동자들은 건강권과 휴식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13일 서울 중구 시의회 서소문별관에서 ‘서울 소비패턴 변화와 지역경제 활로-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커머스 시장 급성장에 따른 유통구조 변화와 서울시민의 소비행태 특징 등을 논의했다.
발제자로 나선 우영진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전후 서울의 온오프라인 소비지출 변화’와 관련해 발표했다. 서울연구원은 국내 대형 카드사에 의뢰해 2019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서울 거주 카드 소지자의 지출 내역을 분석했다. 이중 119만여명에 대한 일일 소비지출 경향을 조사했으며, 오프라인 종합소매업(백화점·대형마트·쇼핑몰·편의점) 지출 비율이 5년 전보다 10%포인트 증감한 21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코로나19 유행 이후 서울시민의 온라인 소비지출 증가 속도는 오프라인보다 빨랐다. 올해 1~6월 쿠팡과 마켓컬리 등 무점포 온라인 마트 지출이 급증하면서 온라인 지출 규모는 코로나19 이전(2019년 7월~2020년 1월) 대비 63.7%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오프라인 지출은 2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출 경향도 달랐다. 오프라인 지출은 주중보다 주말에 집중된 반면 온라인 지출은 주말에 감소하는 대신 주중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영진 연구위원은 “오프라인 지출 중 백화점·쇼핑몰 등 여가 위주의 소비처는 주말 상승 후 평일에는 하락했다”며 “반면 편의점, 할인점·슈퍼마켓 등 소상공인의 주요 구성 업종은 목·금요일 지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를 준비한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김지향 의원(국민의힘·영등포4)은 이같은 현상을 이커머스 시장 확장과 연결지어 진단했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인 둘째·넷째주 일요일에 줄어든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지출이 이커머스 등 온라인 지출로 갔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식품 구매의 경우 무점포 온라인 마트(31.5%)와 오프라인 대형마트(24.3%) 등을 주로 이용했다. 우 연구위원은 “서울시민은 오프라인 점포를 생필품보다 여가를 위한 소비지출 용도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서울 내 여가·문화시설을 즐기러온 시민이 인근 상권·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점포 밀집 지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상호 연계해 상생할 수 있는 정책적 접근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발제자인 강동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체 수와 고용 측면에서 지역 소매업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온라인 매출보다 오프라인 매출이 더 크다”며 온라인 소비 증가는 오프라인 업체의 고용 감소에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환 건국대 교수도 “지역 내 활발한 대규모 점포의 출점이 주변 상권과 고용 측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다각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움직임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의 영업제한 시간이나 의무 휴업 등과 같은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야간·휴일 온라인 배송 제한도 풀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 대구시와 충북 청주시는 대형마트 의무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하기도 했다.
마트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코스트코 등 마트 노동자 1만명이 가입돼있는 마트 노조는 이날 토론회가 열린 시의회 서소문 별관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배준경 마트노조 정책국장은 “주요 대형마트들도 온라인 배송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때문에 온라인 판매업체만 이득을 봤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배 국장은 “유통산업발전법 목적에는 중소유통업의 상생 발전도 있지만 근로자의 건강권도 명시돼 있다”며 “전통시장 상생 목적만 이야기하는 것은 의무휴업일 자체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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