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속 성난 민심에 기름 부었다… 쇼호스트 말 한마디에 발칵 뒤집힌 中
중국 뷰티업계를 주름잡던 유명 라이브커머스 진행자가 단숨에 130만명의 팬을 잃는 등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제품 가격이 점점 비싸진다는 반응에 ‘몇 년이 지나도 월급이 그대로인 건 네 탓’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중국인의 분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면서 단순 유명인의 말실수가 아닌 사회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데, 이 이면에는 최근 중국의 팍팍한 경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치솟는 청년 실업률, 임금 상승 정체 속 소득 불평등 확대, 얇아진 지갑 등으로 인해 차오른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뷰티 라이브커머스의 대표 주자인 리자치(李佳琦·31)는 지난 10일 국산 뷰티 브랜드 ‘화시쯔(花西子)’의 아이브로우 펜슬 3개를 79위안(약 1만4000원)에 판매하는 생방송을 진행했다. 일부 네티즌이 리자치가 판매하는 제품들의 가격이 점점 오르고 있다고 지적하자 리자치는 “가끔은 자기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월급이 오르지 않았다면 (당신이) 열심히 일하지 않은 것 아니냐”라고 쏘아붙였다.
해당 발언이 나온 직후 온라인상에서는 ‘리자치가 초심을 잃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리자치는 ‘립스틱의 1인자’로 불리는 중국 뷰티업계 ‘큰 손’으로, 판매하는 제품마다 완판시키기로 유명하다. 사태가 커지자 리자치는 세 번에 걸쳐 재차 사과했지만, 비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중국 대표 소셜미디어(SNS)인 웨이보에서 그의 계정 팔로워 수는 발언 전 3043만5000명에 달했지만, 이날 2911만1000명까지 줄었다. 나흘 만에 132만4000명이 그에게서 등을 돌린 것이다.
리자치 논란이 이토록 확대된 것은 최근 중국 경제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높은 실업률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청년들의 심리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16.7% 수준이었던 16~24세 중국 청년 실업률은 지난 6월 21.3%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여름 대학 졸업생이 사상 최다인 1158만명에 달하면서 청년 실업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자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부터 청년 실업률 발표를 돌연 중단한 상황이다.
일자리가 있다고 해도 임금이 좀처럼 늘지 않아 불만인 가운데 리자치와 같은 이들은 천문학적인 액수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도 중국인의 불만 포인트다. 리자치는 2021년 중국 본토 라이브커머스 진행자 수입 순위에서 연간 18억5530만위안(약 3400억원)으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한 달에 1억5460만위안(약 280억원)씩 벌어들인 셈이다. 리자치는 제품 판매액의 8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직장인 월급은 대도시에서마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중국의 온라인 채용사이트 자오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상하이의 고용 급여는 전년 동기 대비 8.72% 떨어졌다. 베이징은 5.71%, 선전은 2.43%, 광저우는 1.53%, 항저우는 0.52% 내렸다. 이같은 하락 폭은 2015년 이후 가장 크다.
한 네티즌은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 야근까지 하면서 휴가도 제대로 못 쓰는 나는 79위안에 벌벌 떨어야 하는데, 리자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무시한다”며 “이게 맞느냐”고 분노했다.
리자치가 판매한 중국 뷰티 브랜드 화시쯔도 이번 사태에서 불똥이 튀는 것을 보면, 중국 소비자의 ‘초가성비’ 추구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읽을 수 있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그램(g)당 단가를 따져보면, 화시쯔 제품은 일본 슈에무라 제품보다 비싸고 미국 바비브라운 제품과 비슷한 가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즉 중국 브랜드라고 해서 무조건 ‘애국소비’를 해주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가 끝나도 중국 뷰티 소비는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7월 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해 전체 성장률(7.3%)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7월 한 달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급감하며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의 증감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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