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교사, 시험시간 뒤돌아본 학생에 "0점"이라 말한 이유로 고소 당해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대전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가운데 지난 11일 가해 학부모들이 운영하던 유성구 관평동 소재 김밥집과 미용실에 비난의 글이 적힌 메모가 빼곡히 붙어있다. 김영태 기자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 씨의 유족 측이 가해 학부모에 법적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A 씨가 생전에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이유가 공개됐다.

13일 대전교사노조 측에 따르면 A 씨는 시험 시간에 뒤돌아본 학생에 공개적으로 0점이라고 말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했다. 또 색종이를 갖고 놀았다고 혼내서, 다른 학생의 책에 우유를 쏟은 학생에게 "네가 똑같은 책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혼내서, 다른 학생의 뺨을 때린 학생에게 "선생님이 어떻게 할까"라고 묻고 교장실로 데려가 지도를 받게한 뒤 혼자 교실로 돌아오게 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다.

A 씨는 10개월 간 수사기관 조사를 받고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교사노조 측은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이의 신체적, 정서적, 정상적인 발달에 해를 입히는 모든 행위를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위축됐다거나 불쾌감을 느꼈다거나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는 근거가 돼서 얼마든지 선생님을 아동학대로 고소할 수 있다"며 "이 사건 역시 학부모님이 우리 아이가 정서적인 피해를 봤다는 것을 근거로 선생님을 아동학대로 고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 기간) 열 달도 긴 기간이지만 일반적으로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선생님이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면 수사를 받고 기소 처분이 나면 거기에 대한 수사를 또 받는데, 그런 과정 중에 선생님을 대변해주거나 보호해 줄 만한 변호사를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없다"며 "선생님(A 씨) 역시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고용해서 대응하신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아동학대 고발과 관련해 교육청에 문의했지만 무혐의가 나올 때까진 도와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A 씨는 아동학대로 고소되기 전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신고까지 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교사노조 측은 "당시 4명의 아이가 한 명의 아이를 괴롭혔다는 증언들이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 사이에 학폭위가 열린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알아보니까 상상하지도 못하게 선생님이 가해자로 돼 있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문 변호사에게 의뢰해봤는데 이런 경우는 본인도 처음 봤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대전교사노조는 이날 오전 A 씨 유족 측과 자문변호사와 함께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 결과 악성 민원 학부모에 사과 요구 및 법적대응(고소)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특히 유족과 노조 측은 가해 학부모가 입장문에 사용한 '인민재판식 훈육'이라는 표현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을 준비중인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