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AI를 활용한 스마트홈 서비스 혁신
지난해 11월 미국 스타트업 오픈AI가 공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는 월간 활성 사용자(MAU)수 1억명을 돌파하는 데 불과 두달 밖에 안 걸렸다.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서비스로 평가되는 인스타그램(30개월), 틱톡(9개월) 등과 비교해서도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챗GPT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채팅이라는 직관적인 방법으로 AI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성을 텍스트로 바꿔주는 '위스퍼'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음성으로도 가능하다. 사용자에게 친숙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방법을 제공, 기존 제품·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접근성을 개선해 보다 많은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변화는 스마트홈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스마트홈 기기나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변화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나아가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추천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순한 제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스마트홈 분야에서 진화된 AI 기반의 4가지 혁신 방향은 다음과 같다.
◇인터페이스 방식의 혁신
스마트홈 서비스 사용자 대부분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스마트 기기를 제어할 것이다. 반면, 약 3억5000만대 규모의 스마트홈 기기와 연동된 아마존 '알렉사'에서는 스마트홈 기기 제어에 사용되는 방식의 10%만이 스마트폰 앱에 의한 것이다. 나머지 90%는 음성 제어나 자동화 루틴에 의해 이뤄진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직관적이며 편리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챗GPT와 같은 자체 생성형 AI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생성형 AI를 이용하면 스마트폰 앱으로는 설정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자동화 조건을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한번의 음성 명령으로 불을 끄고, 문을 잠그며 적정한 온도로 맞추는 '굿 나잇' 자동화 루틴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머지않아 더 복잡한 자동화 루틴도 간단한 음성 명령으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음성 명령 이외에 특정한 소리가 스마트홈 기기나 서비스를 실행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최근 출시된 AI 스피커는 아기 우는 소리나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 수돗물이 흐르는 소리도 인식해 분석할 수 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출동보안 서비스를 호출하거나 사용자에게 경고 알림을 보내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나아가 AI 인터페이스는 사용자 얼굴, 머리의 방향, 시선 등 신체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번거로운 호출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명령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결국 AI를 이용한 스마트홈 인터페이스 방식의 혁신은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 스마트홈과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가 가능한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예측을 통한 서비스 혁신
예측을 통해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특정 사용자의 이용 패턴을 바탕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특정 사용자뿐 아니라 다른 사용자 데이터를 함께 활용(학습)해 상황에 더 적합한 예측을 하는 것이다.
첫 번째 방식을 예로 들면 선반 위에 올려져 있는 물건 무게 변화를 파악해 주문 시점을 결정하는 스마트 선반을 들 수 있다. 평소와 달리 특정시점에 생수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면 줄어드는 이용 패턴을 예측해 주문 시점을 더 앞당기는 식이다.
다른 하나의 경우는 나의 상황에 더 적합한서비스를 추천해 주기 위해 다른 사용자들의 이용 데이터를 활용한다. 일반적인 자동화 루틴은 정해진 기기들의 동작만 제어하게 되는 데 반해 다른 사용자와 나의 행동 패턴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나에게 맞는 서비스를 추천해 준다.
구글의 '세이캔' 로봇과 같이 생성형 AI를 적용하면 커피가 엎질러진 상황에서 사용자가 음성으로 “커피를 쏟았네” 라고 말만 하면 청소 로봇이 알아서 물기를 제거한다. 나에게는 처음으로 생긴 상황이지만, 이미 다른 사람들과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이용 패턴이 학습이 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듯 집 안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와 이용 패턴의 지속적인 AI 학습을 통해 사용자에게 더욱 편리해지는 효율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 사용자 경험 혁신
앞서 소개한 서비스들은 사용자 행동 패턴이나 기기 이용 패턴을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 규칙기반 AI로 학습 데이터가 한정돼 있을 경우 효과적으로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 가능하다. 하지만 규칙을 설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개인 상황을 고려하기엔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즉, 사용자가 선택한 조리법에 맞는 조리 모드, 시간, 온도 등을 활용해 규칙 기반으로 요리를 추천 해 줄 수 있지만 가족 모두의 건강을 고려해 요리를 하려면 데이터 분석과 학습이 필요하다.
초거대 AI를 적용한다면 가족 건강상태와 재료 상관관계를 분석해 새로운 요리를 이미지 기반으로 제안할 수도 있다. 보다 많은 데이터 분석과 진화된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상황에 보다 적합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 진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사용자 인증 부분이다. 앞서 초거대 인공지능 기반의 요리 추천 서비스는 어린 자녀 혹은 당뇨가 있는 노부모 등 동일한 서비스도 사용자와 상황에 따라 더 적합한 요리를 추천할 수 있다. 그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사용자 인증이다.
일반적으로 사용자 인증은 다양한 형태의 생체 인식 기술로 이뤄진다. AI 비전기술로 사용자 얼굴을 확인할 수도 있으며 목소리 인증으로 사용자를 구분할 수도 있다. 물론 지문이나 홍채는 물론 손바닥의 모양과 정맥 패턴과 같은 정보들을 이용할 수도 있다.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의 혁신
'월패드 해킹'으로 전국 700여개 아파트 주민들의 사생활 영상이 온라인으로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지능형 스마트홈기기 연결이 확산될수록 보안 우려도 커진다.
정부는 '지능형 홈 네트워크 설비의 설치 및 기술기준' 개정안을 통해 물리적 혹은 논리적 '홈네트워크 망분리 의무화'를 법제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홈 기기의 해킹이나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 본격 도입되고 있는 매터 표준과 생성형 AI가 스마트홈 보안, 개인정보 보호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매터 인증을 받은 제품만 사용하고 기기 사이의 통신은 공개키 기반 구조(PKI)를 바탕으로 안전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홈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상 활동과 비정상 활동으로 구분해 잠재적인 보안 위험을 식별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사용자의 민감한 데이터는 로컬(사용자 댁내)에 있는 엣지 컴퓨팅 장치에 저장하고, 스마트폰과 같은 분산된 기기에서 주로 사용되는 연합 학습과 같은 기술을 이용한다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지금까지 AI 기술이 스마트홈 서비스를 혁신하는 방식에 대해 4가지 관점에서 살펴봤다. 앞으로 AI 기술의 활용은 단순히 스마트홈 안에서 연결된 기기를 자동화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이종(異種) 산업과 융합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생태계를 넓혀갈 것으로 기대된다.
송재호 한국AI스마트홈협회장 jae-ho.song@kt.com
〈필자〉송재호 한국AI스마트홈협회장은 서강대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1993년 KT 연구원으로 입사해 네트워크분야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를 개발했다. 2003년부터 미디어 콘텐츠 등 신사업 분야 기획 및 사업을 통해 900만 가입자를 확보한 IPTV 성장에 기여했다. 2014년부터 KT 미래융합사업추진실 미래사업을 3년간 주관했고, 2017~2018년에는 KT 통합보안사업단장으로 영상보안·정보보안·융합보안 사업을 맡았다. 2018년 11월부터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으로 미디어 사업을 책임졌다. 2020년 12월부터 KT AI/DX융합사업부문장을 맡아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네트워크 기반 DX 플랫폼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2021년 제12대 한국AI스마트홈산업협회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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