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북·러, 정상회담으로 군사협력 발판…국제질서 정면도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4년여 만에 회동하면서 로켓 기술 이전 등 사실상 군사 협력의 발판을 마련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에 따라 타국과의 무기 거래가 금지된 북한과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간 북한산 포탄과 러시아 군사기술의 맞교환 등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국제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는 북러가 안보리 대북 제재 시스템을 노골적으로 무력화시키려는 상황에 맞서 미국 등 범서방 진영과 함께 독자 제재 등 대응 방안을 조율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트, 타스,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앞에서 김 총비서를 맞이했다.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의 만남은 2019년 4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당시 회담은 3시간 가량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의 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이곳에 온 이유"라며 긍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총비서가 로켓 기술에 굉장히 관심 두고 있고, 우주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소유즈-2' 로켓 발사 시설을 시찰하며 김 총비서에게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기지 시찰에 이어 정상회담, 만찬까지 일정을 소화하며 밀월을 과시한다.
위성을 탑재하는 로켓은 탄도미사일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기술을 북한에 소개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날 북러 정상 회담 의제에 대해 "필요하다면 안보리와 관련한 절차적 문제도 북한 측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총비서는 이날 북러 정상회담을 1시간 앞두고 동해상으로 SRBM(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쏘는 도발을 벌였다. 합동참모본부는 13일 "우리 군은 오늘 11시45분경부터 11시53분경까지 북한이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24일에는 2호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1호 군사정찰위성에 이어 거듭된 발사 실패로 기술적 난관에 직면한 김 총비서는 러시아에 도착해 북러 관계를 돌파구로 삼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총비서는 이날 오전 6시 전용열차편으로 러시아 연방 국경도시 하산역에 도착했으며 러시아 정부 간부들로부터 예방을 받고 "세계적인 공공보건 사태(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해외 방문으로 러시아에 온 것은 조로(북러)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우리 당과 정부의 중시 입장을 보여주는 뚜렷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비토)을 지닌 러시아와 중국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북한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포탄 등 북한산 재래식 무기와 러시아의 위성,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 군사 기술의 교환이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총비서가 주요 군부 인사들과 과학 관련 비서 등을 수행원으로 대동한 것이 근거로 제시된다. 사상 첫 북러 군사 연합훈련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회담은 북한과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는 와중에 성사됐다. 김 총비서가 대미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탄도미사일 도발을 일삼으면서 유엔의 기존 대북 제재를 풀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의 독자 제재는 확대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우리나라와 미국 등 서방의 독자 경제 제재에 직면한 상태다. 러시아가 군사 분야 핵심 기술을 북한에 오롯이 넘겨줄지에 대해서는 관측이 분분하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러시아 전 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한국의 대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설이 돌던 지난 4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러시아가 북한에 최신 무기를 공급하면 한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밝히는 등 러시아는 대북 군사 협력을 대외 관계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패로 삼고 있는 신호는 지속적으로 포착돼 왔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러 간 무기거래 성사시 추가 제재 가능성 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부로선 지금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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