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조사 → 생활인구, 센서스의 진화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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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조사는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기원전 3600년 무렵)에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기원전 5세기 인구조사를 담당한 로마의 장관직(censor)이 연원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1790년 미국에서 근대적 의미의 인구조사가 처음 실시된 것으로 보는 해석이 많다.
표본조사는 인구의 세부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전체 인구의 일정 규모를 추출해 가구 구성이나 주거 실태 등을 별도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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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인구조사는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기원전 3600년 무렵)에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과세와 징병이 목적이었다. 전국적 인구총조사를 가리키는 센서스(census)도 ‘가치를 매긴다’는 의미의 라틴어(censere)에서 나온 말이다. 기원전 5세기 인구조사를 담당한 로마의 장관직(censor)이 연원이라는 설도 있다. 정기적 인구조사를 실시한 최초의 국가는 1749년 스웨덴이었다. 하지만 1790년 미국에서 근대적 의미의 인구조사가 처음 실시된 것으로 보는 해석이 많다. 조지 워싱턴 초대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에 추진된 역점 사업이다. 인구 규모와 지리적 분포를 반영해 하원 의석을 공평하게 배분하기 위한 용도였다. 현재는 238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227개국(2020년 라운드 센서스 기준)이 인구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조사 기록은 삼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 시대와 고려,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호구조사’라는 이름으로 시행됐다. ‘호’(戶)는 주택, ‘구’(口)는 사람이다. 납세와 징병 의무가 없는 여성과 아동, 노비 등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1896년 호구조사규칙이 시행됐는데, 정부는 이를 근대 통계의 시발점으로 본다. 1995년 이 규칙이 시행된 날인 9월1일을 ‘통계의 날’로 지정했을 정도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간이총조사 실시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5년마다 인구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인구조사의 항목과 방식은 시대상을 반영해왔다. 통계청은 전수조사와 표본조사로 나누어 0년, 5년으로 끝나는 해에 인구주택총조사를 벌인다. 표본조사는 인구의 세부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전체 인구의 일정 규모를 추출해 가구 구성이나 주거 실태 등을 별도로 묻는다. 전수조사는 원래 가구 방문조사를 통해 벌여왔는데, 2015년부터는 등록센서스로 바뀌었다. 주민등록부나 건축물대장 등 행정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행정자료가 정교해진 덕분도 있지만 갈수록 방문조사를 꺼리는 이들이 많아진 점이 영향을 끼쳤다. 조사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잇점도 더해졌다. 대신 인구의 세부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표본조사 대상을 10%에서 20%로 늘렸다.
직전에 벌인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는 전수조사 16개 항목과 표본조사 55개 항목으로 실시됐다. 저출생·고령화를 염두에 둔 질문들이 새롭게 추가됐다. 1인 가구로 사는 이유와 혼자 산 기간은 얼마나 됐는지, 반려동물이 있는지, 거동이 어려워 돌봄을 필요로 하는지 등이다. 때때로 사적 질문이 많다는 논란이 일기도 하는데, 미국의 경우 결혼 횟수와 주택담보대출 상환액까지 조사한다고 통계청은 설명한다.
인구감소가 본격화하면서 새로운 인구 개념도 나왔다. 지난달 행정안전부는 강원 철원군과 충북 단양군, 충남 보령시, 전북 고창군, 전남 영암군, 경북 영천시, 경남 거창군을 생활인구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생활인구는 인구감소지역에 맞춤형 정책 지원을 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다. 통근이나 통학, 관광 등으로 일정 시간 머무르는 이들까지 인구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체류시간 기준은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이다. 영암과 영천은 산업단지가 있어 통근자가 많고 단양과 보령은 관광객이 몰린다는 점이 반영됐다. 내년에는 이런 지역이 89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두 지역 살아보기’ ‘로컬유학 생활인프라 조성’ ‘은퇴자 공동체마을 조성’ ‘워케이션’ 등도 체류형 생활인구 확보를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 사업들이다.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일본은 지역 연고자나 방문자를 포함하는 관계인구 개념을 만들었고, 독일은 2개 주소지에 각각 지방세를 납부하면 임대료와 왕복 교통비 등 혜택을 주는 복수주소제를 두고 있다.
황보연 논설위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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