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골프장…페어웨이 옆 호수에 상어가 산다
홍수로 골프장 호수에 해수 유입 뒤
황소상어 6마리 20여년 간 목격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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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골프장’으로 꼽히는 곳이 있다. 코스가 험난해서가 아니다. 골프장 14번 홀 옆 호수에 상어가 살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골프장의 황소상어들은 17년간 사방이 막힌 호수에서 살아남아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줬다.
카브룩 골프장 호수에서 황소상어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96년이다.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 있는 이 골프장은 퀸즐랜드 남동부의 로건강과 앨버트강 지류가 합류하는 지점 옆에 건설됐는데, 1991~1996년 세 차례의 큰 홍수로 골프장이 잠기는 일이 있었다.
특히 1996년 강둑이 무너지며 호수까지 해수가 들어찼는데 물이 빠지고 난 뒤 호수에서 6마리의 상어가 목격됐다. 당시 상어가 출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골프장은 명성을 얻었지만, 상어들은 꼼짝없이 호수에 갇힌 신세가 됐다. 그리고 2013년 다시 홍수가 나 호수와 바다가 연결되기 전까지 상어들은 17년간 격리된 공간에서 살아남았다.
독일 보훔 루르대학교 피터 가우스만 교수는 최근 해양과학저널 ‘해양수산과학’(MAFIS)에 발표한 논문에서 “카브룩 골프장 사례는 평균 수명이 30살 정도인 황소상어가 저염도 환경에서 17년간이나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황소상어가 저염도 환경에서 얼마나 오래 버티고,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이 사례는 현재까지 가장 오래 살아남은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황소상어는 전 세계 열대, 아열대 및 온대 해역에서 볼 수 있다. 황소상어라는 이름처럼 다부진 체형에 넓고 평평한 주둥이를 지녔는데 백상아리, 뱀상어 등과 함께 인간을 공격하는 동물로 유명하다. 성체의 몸길이는 평균 3~4m, 몸무게도 220㎏이 넘는 건강한 체격을 가지고 있다.
바다뿐 아니라 해안가, 강가 등 저염도·담수 환경에서도 살 수 있는 몇 안 되는 상어 중 하나다. 대부분의 상어는 담수 환경에서는 체내 염분 농도가 희석돼 죽게 되는데, 황소상어는 신장과 직장샘들이 체내 염분 농도를 조절해 염분이 낮은 물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황소상어가 이렇게 민물과 바닷물에서 모두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들이 담수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등이 제대로 밝혀진 적은 없다.
가우스만 교수는 카브룩 골프장 상어들은 저염분 환경에서 황소상어의 수명, 적응, 생존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골프장 상어들이 염도가 약 5% 미만인 저염도 환경에서 오랜 기간 산 것과 격리된 호수에서 먹이 활동을 했다는 점, 그러나 성 성숙기에 도달했지만, 번식은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빈번한 홍수 발생으로 호수의 염도는 주변 강보다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면적 20㏊(약 6만평)에 달하는 호수에는 황소상어의 먹이가 되는 숭어, 참다랑어 등의 어종이 풍부했다”면서 생존 조건이 갖춰져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골프장은 종종 상어가 호수 가장자리로 오도록 닭고기, 돼지고기 등을 던져줬다. 그러나 해수에서의 번식을 선호하는 특성상 호수 안에서 번식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상어들은 아직도 골프장 호수 안에서 살고 있을까. 가우스만 교수의 결론은 “불분명하다”였다. 1996년 이전 홍수로 호수에 들어온 황소상어들은 최소 17년 동안 100회 이상 목격됐지만, 2013년 홍수 이후로는 2015년 단 한 번만 관찰됐다. 6마리 중 1마리는 2013년 사체로 발견되었는데 불법 어획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우스만 교수는 “황소상어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8년 전이지만, 이전과 같은 큰 홍수가 2022년 발생했기 때문에 새로운 상어가 살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상어가 호수에 유입됐는지는 집중적인 모니터링과 환경 디엔에이(eDNA)검사 등을 통해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용 논문: Marine and Fishery Sciences(MAFIS), DOI:10.47193/mafis.3712024010105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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