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SG 4연전을 LG와 두산팬이 봤다면···지금은 ‘연합 응원전’의 계절
두산 베테랑 외야수 정수빈은 지난 12일 잠실 한화전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홈런 빠진 사이클링히트로 3타수 3안타 3득점을 기록했다. 정수빈은 경기 뒤 인터뷰 중 “요즘에는 다른 경기를 자주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두산 베테랑들 대부분이 그렇다고 했다. 정수빈이 밝힌 ‘다른 경기’는 5강 안에 있는 팀들의 경기다. 두산은 이날 경기 승리로 5위 SSG에 2게임차로 따라붙었다.
선수도, 구단 관계자도, 또 각 구단 팬들도 ‘다른 경기’에 주목하는 계절이 왔다.
팬들의 시각에서는 좋아하는 팀뿐 아니라 좋아하는 팀의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경기를 살피며 응원전을 펼치게 된다. 상황에 따른, 일시적 ‘연합 응원전’이 벌어진다.
지난 8일부터는 KT와 SSG가 닷새간 장소를 바꿔가며 4연전을 벌였다. 이 경기를 LG와 두산팬이 봤다면, 응원하는 팀이 정확히 달랐을 수 있다. 정규시즌 우승 확정을 기다리는 LG팬 입장에서는 5위 SSG가 2위 KT를 꺾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을 수 있다. 반대로 두산팬 시각에서는 KT보다는 SSG를 잡는 것이 현실적인 상황으로, 당장은 KT 승리를 응원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지금은 특정팀 팬이라도 다른 여러 경기가 눈에 들어오는 시간이 됐다. KT와 2위 싸움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NC의 팬들도 KT와 SSG의 4연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특별했을 것으로 보인다. 3위 지키기라면 SSG가 져야 하지만, 2위 점프를 노린다면 KT가 패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시즌 막판으로 가면, 경기장 스탠드에 해당 경기를 벌이는 팀이 아닌 제3의 팀 유니폼을 입고 응원전을 벌이는 팬이 자주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 팀 감독들은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다른 팀 경기 얘기를 꺼내면 ‘모법답변’을 내놓는다. “우리팀이 잘해야지. 다른 팀 경기 결과 볼 것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매경기 승패에 따라 시즌의 끝이 달리 보이는 지금 이 시점에서는 사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선수들뿐 아니라 감독, 코치들도 다른 경기 결과를 습관적으로 체크하는 시간이다.
올해도 다른 팀 경기 결과로 운명의 바뀌는 팀이 나올지 모른다.
꼭 10년 전인 2013시즌 이야기다. 정규시즌 최종일을 하루 앞둔 10월4일. 삼성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은 가운데 넥센과 LG가 게임차 없는 2, 3위로 줄을 섰다. 여기에 두산과 불과 0.5게임차 4위로 따라붙었다.
최종일 결과로 3팀 모두 2위가 될 수 있는 상황. 10월5일 2위에 오른 것은 LG였다. LG가 잠실에서 두산을 5-2로 이긴 가운데 대전에서 넥센이 한화에 1-2로 발목이 잡히면서 극적으로 2~4위가 결정됐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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