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뇌관 K-가계 빚…돌아온 빚투에 무섭게 불어났다

세종=유재희 기자 2023. 9. 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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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은행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거나 나이 제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23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금리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3.8.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내 가계대출이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지난 2021년 집값 급등기 때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국 가운데서도 상위다. 해외에서도 가계 빚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다. 예상치 못한 경제 변수가 발생할 경우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소비 위축 등으로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 "추석엔 주춤?"…부동산 시장에 달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부채 규모는 1075조원이다. 지난달에만 약 6조9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4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곡선이다. 지난 부동산 가격의 급등기 수준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1년 당시 6월(6조3000억원)부터 11월(2조9000억원)까지 6개월 연속 부채가 늘었다.

지난달 가계부채 가운데선 주택매매·전세 자금을 수요로 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827조8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일반신용대출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대출) △상업용부동산(상가·오피스텔) 등 기타대출이 246조원이다.

주택 매매가 늘면서 자금 수요가 주담대로 다시 몰리는 분위기다. 지난달 주담대 대출은 7조원 증가했는데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 6개월 만에 크게 늘었다. 50년 만기 주담대, 정책모기지론 등 차주 입장에선 대출받을 유인이 늘어난 것도 요인이었다.

앞으로 가계부채 증가는 부동산시장 흐름에 달렸다. 그나마 하반기 들어 주택거래량이 주춤한 게 위안거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5~6월 각각 3만7000호, 3만6000호에서 7월 3만4000호로 감소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 거래량을 보면 주담대 증가세는 이어질 것 같지만 (시차를 두고 반영될) 7월 거래량이 잠깐 주춤한 데다 통상 추석 연휴 때에는 가계대출 증가 폭이 축소되는 추세를 보여 왔기에 9월은 8월보다 증가 규모가 살짝 작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50년 만기 주담대·인터넷 전문은행 관리 강화가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제어할 것이라고 보는데 실제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가계 빚 상환능력 초과하면 韓 경제 뇌관
문제는 가계대출 증가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 규모가 성장할수록 가계부채 명목 금액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해 가계의 재무여건 및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금리인상 등 변수가 발생했을 때 빚을 갚지 못하는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건전성 지표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출 연체율은 악화되고 있다. 5대 은행의 7월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1%(가계대출 0.28%·기업대출 0.34%)로 집계됐다. 한 달 전 6월 말 0.29%(0.26%·0.31%)보다 0.02%포인트(p) 높아졌다. 가계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가계대출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 소비에 활용할 수 있는 여력도 떨어진다. 결과적으론 내수에도 부정적이다. 주요 국제기구가 우리나라의 가계 빚 관리 대책을 걱정하는 이유다.

헤럴드 핑거 IMF(국제통화기금) 한국 연례협의단 대표는 최근 브리핑에서 "한국 주택시장이 어느 정도 정상화된 가운데 일부 지역 집값이 상승하고 이미 높은 가계부채도 지난 분기에 다시 반등했다"며 "(한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취했던 여러 정책적 조처들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나라 가계부채 수준은 경제 규모를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다. BIS(국제결제은행) 조사대상국인 43개국 중 스위스(128.3%)·호주(111.8%)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2010년 14위에 불과했지만 10년여 만에 열계단 넘게 뛴 것이다.

더욱 비관적인 통계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전세보증금까지 고려할 경우 지난해 국내 가계부채가 2925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가계부채 비율은 156.8%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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