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들이 전한 리비아 대홍수 참상 “모든 곳에 시신이 누워있다”
미국·이집트 등 국제사회 지원 릴레이
“상상 이상의 참혹한 현장이다.”
최악의 홍수 피해를 본 리비아 북동부 항구 도시 데르나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는 적신월사 소속 한 대원은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지난 10일 리비아를 휩쓴 토네이도를 동반한 폭풍 ‘대니얼’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5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실종자도 1만명을 넘어섰다. 생존자와 구조대원들이 전하는 피해 현장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이 주도하는 동부 내각의 히켐 치쿠아트 민간항공장관은 이날 “도시의 25%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바다와 계곡, 건물 아래 등 모든 곳에 시신이 누워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리비아 유명 블로거인 손도스 슈와이브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 옆에도 시체가 있었고, 내 위에도 시체가 있었고, 내 아래에도 시체가 있었다”며 “불어난 물에 고립된 어린이들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슈와이브는 “살아남은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라면서도 “가족이 실종된 것 같다. 그들과 함께 죽는 편이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아내, 어린 딸과 함께 목숨을 건진 데르나 주민 라자 사시는 로이터통신에 “처음엔 폭우라고 생각했지만 자정을 넘기면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회상했고, 아흐메드 마드루드 데르나 부시장은 알자지라에 “강물이 제방을 넘어 모든 건물과 그 안에 있던 사람들까지 휩쓸고 갔다”며 안타까워했다.
눈덩이처럼 쌓이는 시신을 감당하지 못하고 별다른 장례 절차 없이 그대로 매장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엄청난 홍수로 휘청인 리비아에서 수백 명의 시신이 묻힌 집단 무덤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데르나의 한 병원에선 직원들이 수십 구의 시신을 담요로 감싸 마당에 묻는 모습이 SNS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벵가지와 데르나 등 주요 도시로 향하는 도로가 대부분 유실돼 구조·구호 작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이다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카심 알카타니는 BBC에 “피해 현장으로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국제사회의 도움은 이어지고 있다. 동부 LNA와 각을 세우고 있는 서부 리비아통합정부(GNU)의 압둘하메드 드베이바 총리는 이날 구조대 87명과 14t 규모의 약품과 장비, 보급품을 동부 벵가지로 급파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리비아 북동부 5000가구에 식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각국 정상들은 애도를 표하며 지원을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홍수 피해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리비아의 모든 이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긴급 구호 자금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리비아 긴급 지원을 위한 군사령관 회의를 열고 “리비아 동부군과 협력해 군 인력과 장비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 튀니지와 알제리,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이 도움의 뜻을 밝혔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9131627001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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