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표 제출한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이번엔 겸직 논란

박 작가, 투자일임사 본부장이면서 금양 이사 재직
“대행이라 문제 없다” 주장하지만 금감원 판단은 달라

올해 초 불기둥을 내뿜은 이차전지주 중심에 있었던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가 한 투자일임사의 운용본부장직을 겸직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금융회사 임원은 다른 회사의 상근직에 재직할 수 없는데, 운용본부장이었던 박 작가는 금양의 홍보이사로도 활동했다. 또 유튜브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이차전지 특정 종목을 추천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금융감독원이 확인에 나섰다.

‘배터리 아저씨’라고 불리는 박순혁 작가/뉴스1

13일 금감원은 전날부터 박 작가가 근무했던 넥스테라투자일임을 검사 중이다. 박 작가는 지난해 2분기부터 이 회사에서 투자운용본부장으로 재직했는데 3월 말 넥스테라투자일임이 운용한 투자일임 계약 건수는 7건으로 규모는 119억3500만원이다. 박 작가는 이달 4일 사표를 제출했다.

문제는 투자운용본부장으로 일한 기간과 금양 홍보이사의 재직 기간이 겹친다는 점이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상근 임원은 다른 영리법인의 상시적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 이에 박 작가는 금양과는 기업설명(IR) 대행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생각은 다르다. ‘대행 계약=상시적 업무’는 반드시 성립하는 공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 작가가 법을 위반했는지 판단하기 위해선 박 작가와 금양과 맺은 고용 계약의 형태, 계약서 안에 명시된 근로 형태와 실제 박 작가의 근무 활동 등을 봐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박 작가의 부정 거래 여부도 쟁점 중 하나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 매매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자문사 고객 계좌로 먼저 매수한 후 유튜브 등에서 해당 종목을 추천했다면 부정 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 박 작가는 유튜브에서 ‘에코프로 30배, 에코프로비엠 10배 간다’를 방송한 것은 지난해 6월 16일이고, 고객 계좌에서 매수한 일자는 그보다 7거래일 뒤인 같은 달 27일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박 작가가 해당 방송으로 특정 종목을 추천했다고 볼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박 작가는 그 이후에도 서정덕 TV에 지속적으로 출연하며 이차전지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가 고객 계좌에서 매수한 종목이 무엇인지, 해당 종목들을 유튜브로 추천한 시점을 언제 확정할지는 금감원 검사로 밝혀질 전망이다.

불건전 영업 행위가 있었는지도 들여다볼 요소다. 자본시장법상 투자일임재산을 운용할 경우 매매 의사를 결정한 후 이를 실행하기 전에 자기의 계산으로 매매하거나 제3자에게 매매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여기에서의 핵심은 ‘매매 의사의 결정’이다. 박 작가가 유튜브를 통해 특정 종목을 권유하기 전에 해당 종목을 매매하기로 결정했다면 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매매 의사 결정을 파악하기 위해 금감원은 회사 내부 회의록이나 증언 등의 입증 자료를 확보할 계획이다.

앞선 5월 금양 홍보이사로 재직 당시 박 작가는 회사의 공시도 전에 유튜브를 통해 금양의 자사주 처분 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금양을 불설싱공시법인으로 지정했고, 벌점 8.5점과 제재금 8500만원을 부과했다. 이 사건으로 박 작가는 금양에 사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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