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6연패 사우디 너무 약했다, 개인 능력 빛났지만…클린스만 색깔과 디테일 여전히 물음표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승리하긴 했지만 냉철하게 보면 부족함이 드러난 경기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1-0 승리했다.

부임 후 5경기에서 3무2패로 승리가 없던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첫 승을 수확했다. 저조한 경기력에 불성실한 태도로 비판받는 클린스만 감독 입장에서는 한숨을 돌릴 결과다.

전반 경기 내용만 보면 괜찮았다. 한국은 볼 점유율에서 55%를 기록하며 주도하는 경기를 했다. 슛도 11회나 시도했다. 그중 6회는 유효 슛이다. 전반 32분 만 조규성이 헤더 선제골을 넣었고, 35분엔 반드시 얻었어야 할 페널티킥을 심판의 오심으로 날렸다. 추가골 기회도 충분했다.

후반은 달랐다. 초반 몇 차례 기회를 만든 뒤엔 수세에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전반과 비교하면 공격을 시도하는 횟수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경기 막판에는 일방적으로 사우디에 소유권을 내주며 아슬아슬한 한 골 차 싸움을 벌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선수 개인의 능력은 잘 드러났다. 김민재의 수비력과 전방으로 뿌리는 패스는 여전했고, 황희찬과 이재성이 측면에서 개인기와 동료를 활용해 전진하는 플레이도 좋았다. ‘프리롤’ 손흥민의 존재감도 빛났고, 스트라이커 조규성의 골 소식도 반가웠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시절 보여준 짜임새 있는 빌드업과 약속한 플레이는 부족했다.

선수 간 위치는 중구난방이었다. 공수 간격은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지 않았다.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사이드백 위력도 떨어졌다. 왼쪽의 이기제, 오른쪽의 설영우는 전력이 떨어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도 크게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개인 문제라기보다는 사전에 약속한 정확한 포지셔닝이 없어 보였다. 애매한 위치에 있다 보니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1-0보다 4-3이 좋다”라던 클린스만 감독의 공약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후반 초반을 지난 후부터는 주도권을 상대에 넘겨주며 수비에 치중했다. 공격이 좋다던 사령탑의 의도는 자취를 감춘 후반전이었다.

무엇보다 상대의 전력이 예상보다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 클린스만 감독 첫 승의 기쁨을 반감시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정교함이 부족했다. 쉬운 패스를 자주 놓쳤고, 파이널 서드에서는 세밀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민재가 버티는 한국의 수비 라인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카타르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잡은 돌풍의 팀이지만 최근 A매치에서 6연패를 당하고 있다. 앞서 코스타리카에도 1-3으로 졌다. 13일 아랍에미리트가 코스타리카를 4-1로 격파한 것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얼마나 전력이 떨어지는 팀인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한국은 이번 2연전에서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5위 웨일스를 상대로는 무기력했고, 54위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나서는 진땀승을 거뒀다. 냉정하게 보면 웨일스전이 클린스만호의 현주소를 더 명확하게 반영하는 경기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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