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김정은, 새 우주기지에서 약 3시간 회담 예정

푸틴, 北 인공위성 개발 돕느냐는 질문에 "그래서 우주기지에서 만났다"
기술 이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천천히 논의"
약 3시간 동안 회담 이후 만찬 진행할 듯, 기자회견은 생략

러시아 아무르주 스보보드니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극동의 우주기지에서 4년 5개월 만에 만나 정상회의를 시작했다. 북한에게 탄약을 사야하는 푸틴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며 회담 장소 역시 이에 맞게 정했다고 밝혔다.

푸틴 "반갑다", 김정은 "초대에 감사"

타스 통신 등 러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12일 러시아 국경을 넘었던 김정은의 전용 열차는 러시아 아무르주 스보보드니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로 향했다. 열차는 13일 오후 1시 무렵 우주기지 내부의 로켓 조립 건물 인근 선로에 정차했다. 김정은은 열차에서 내려 의장대를 사열한 뒤 차량으로 기지 내부의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8차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했던 푸틴은 김정은보다 약 30분 먼저 기지에 도착했다.

푸틴은 기지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날 김정은과 회담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서 만난 것이다. 김정은은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우주 기술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이번 회담에서 군사적 기술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모든 문제에 대해 천천히 논의하겠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김정은과 만나 악수를 나누면서 "당신을 만나서 정말 반갑다"며 "이곳이 우리의 새로운 우주기지다. 당신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김정은은 "바쁜 일정에도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기지 내 ‘소유즈-2’ 로켓 발사 시설을 시찰했다.

러시아 매체들은 두 정상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내 '앙가라' 미사일이 조립 중인 발사체 설치·시험동에서 약 3시간 동안 회담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회담 이후 만찬을 열 예정이다.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스보보드니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앞줄 왼쪽 두번째)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앞줄 왼쪽 세번째)이 기지 시설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AFP연합뉴스

따로 기자회견 없어, 군사 기술 넘겨줄까?

보스토치니 기지는 러시아가 옛 소련 시절 카자흐스탄에 건설한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새로 지은 우주 시설이다. 2012년 착공하여 2016년에 처음으로 로켓을 발사했으며 당시 3000억~4000억루블(약 5조2560억~7조80억원)의 예산을 들여 건설했다. 러시아는 지난 8월 보스토치니 기지에서 약 47년 만에 달 탐사선 '루나 25호'를 발사했으나 달 착륙에는 실패했다.

앞서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번 회담 이후 따로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무역, 경제적 유대, 문화 교류 등 양국 간 협력을 논의한다고 주장했다. 페스코프는 무기 거래 논의 가능성에 대해 양국이 "물론 이웃 국가로서 공개나 발표돼서는 안 되는 민감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탄약과 군수품이 떨어진 푸틴은 이날 김정은과 대화에서 탄약 구입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두 정상은 동시에 북한 근로자의 러시아 파견, 북한 내 원자력 발전소 건설 지원, 장거리 미사일 등 군사기술 협력 등을 논의한다고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에 자체적으로 군사 위성 발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푸틴과 김정은의 회동 당일에도 동해를 향해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김정은은 지난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 EEF에서 푸틴과 만난 이후 코로나19에 따른 봉쇄가 시작되면서 약 4년 5개월 동안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 일본 교도통신은 12일 보도에서 김정은이 보스토치니 기지에서 푸틴과 회담한 뒤 같은날 푸틴과 함께 인근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Su) 전투기 생산 공장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