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푸틴회담 앞두고 미사일 깜짝 도발..군사분야 협상력 높이려는 세리머니?

北 북러 정상회담 앞두고 기습적 탄도미사일 도발

[파이낸셜뉴스]

북한 김정은이 지난 3월 9일 서부전선의 중요작전임무를 담당하고있는 화성포병부대의 화력습격훈련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3월 1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둘째 딸 '주애'를 데리고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인 '신형전술유도무기' 발사 현장을 참관했으며 압도적 대응 능력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 북러 회담을 코 앞에 두고 13일 오전 11시43분과 53분경 각각 평양 순안 일대에서 1발씩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2발은 각각 650여㎞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으며, 한미 정보당국은 탄도미사일의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다.

전문가들은 북러 회담에 앞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 수준을 국제사회에 경고하는 한편 푸틴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사일 기술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대한 협상을 앞두고 선보이는 일종의 '전략적 세리머니'라는 얘기다.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앞서 2일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한 이후 11일 만이다. 또 북한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도발은 지난달 30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쏜 이후 14일 만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미사일의 기종과 비행거리 등 자세한 제원을 분석 중이다.

이날 도발은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후 1시경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1시간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김정은이 국외에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역대 처음으로 알려졌다.

■북, 러시아와 협상력 높이고, 김정은 핵무기 통제 능력 과시

북한이 한미일 3국 간 연대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과시하고, 러시아와의 '밀착'을 과시하고자 무력도발을 벌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 김정은의 방러 중 미사일 도발 의도에 대해 "김정은이 해외에 있어도 군에 대한 통제력과 통치가 가능하다는 절대권력자임을 천명하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짚었다.

독재자는 자국을 떠나면 신변위협을 느끼며 위축되는 상황에 처하지만 김정은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도발이라는 풀이다.

반 교수는 "북러 정상회담에서 합의하게 될 무기거래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 대러 협상력을 높이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도 북한이 동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보고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북한의 무기가 절실한 러시아에 자국 무기의 신뢰성을 보여주어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단 의미다.

■러시아 내세운 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 무력화 포석

이어 반 교수는 "북한의 이번 도발이 한국과 미국을 겨냥했다는 합리적 판단을 고려하면 북러 거래의 필요성을 명분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절차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과 결부지어 안보리 대북제재 등을 무력화하기 위한 포석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한미 당국은 북러 정상회담과 미사일 도발의 연계성을 치밀하게 분석하며 전략적, 군사적, 외교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추가 도발 시나리오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전날 사의 표명과 관련,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떠보기 위해 북한이 도발을 감행했을 수도 있단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 장관은 이날 북한의 SRBM 발사 소식에 잠시 회의장에서 이석해 상황 파악을 하기도 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추가 발사에 대비해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러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김정은·푸틴. 김정은(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아무르 지역 보스토치니 우주센터에서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지난 2019년 4월 회담 이후 4년 5개월 만에 대면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