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수가 백종원처럼 뜨지 못하는 건 그의 잘못이 아니다('동네멋집')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3. 9. 1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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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멋집’은 왜 ‘골목식당’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는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사실상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솔루션을 맡은 전문가가 다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손대면 핫플 – 동네멋집>의 가장 큰 차이는 프로그램 제목에서부터 나타난다. '골목식당'은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는 백종원이 있고 '동네멋집'에는 없다. 전문가 역할로 익선동 등지에서 큰 성공을 거둔 유정수 대표가 파일럿에 이어 전문가 역할을 맡아 방송 안팎으로 큰 활약을 하지만 그 이름을 프로그램 앞에 내세우진 않았다. 그런 만큼, 캐릭터도, 방송경력도, 업계 영향력이나 업력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그런데 제목부터 이런 차이를 담고 있음에도 <골목식당>의 성공 공식에서 벽돌 한 조각만 다른 벽돌로 갈아 끼운 모양새다. 식당에서 카페로 초점을 바꾸고, 기획의 출발선이자 콘텐츠의 핵심이며 서사의 구심점인 '전문가'만 달리했다. 그 이외에는 사실상 같은 시리즈가 아닌 게 이상할 정도로 진행과정은 거의 똑같다.

상생을 위해 기꺼이 내어놓는 전문가의 선한 영향력의 강조, 능청스런 김성주와 싹싹하고 예쁘고 아르바이트 경험이 풍부한 여자 탤런트(김지은)로 이뤄진 MC진의 조합, 관찰카메라로 업장과 사장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전문가가 해당 업장을 작은 카메라 하나만 들고 불시에 방문한 다음 이어지는 일련의 공간점검 솔루션 과정, 현실에서 시청자들이 누려볼 수 있는 가능성, 폐업 직전 가게의 인생 역전 성공 동화 등 기획으로나 정서적으로나 구성 면에서나 <골목식당>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띠고 있다. 이런 비교에 대해 제작진은 <동네멋집>은 <골목식당>과 비슷한 포맷이지만 동네 상권을 디자인한다는 내용에서 차별화를 뒀다고 설명하는데, 무슨 차이인지 아직은 이해하지 못했다.

<골목식당>은 사실 전문가의 캐릭터와 능력에 모든 걸 거는 예능이다. 백종원의 엄청난 성공 신화와 다양한 경험, 화수분 같은 지식이 솔루션이자 콘텐츠 그 자체다. 그런데 백종원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골목식당>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까닭은, 그런 개인의 능력 이상으로 백종원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무척 뛰어난 재능을 가진 방송인이라는 데 있다. 수더분한 말투와 서민 친화적인 아웃핏으로 등장하는 데는 그 이유가 있다.

백종원은 시청자들이 그 맛을 궁금해 할 레시피 개발뿐 아니라, 위생, 근면, 메뉴 줄이는 효율 등 몇 가지 기본을 지키는 캠페인에 가까운 기본의 강조, 즉 개인의 작은 변화를 통해 큰 변화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언제나 적확한 솔루션을 내주면서 나만 믿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강하게 안겼다. <골목식당> 속 가게들의 성공이 시청자들에게도 짜릿하게 다가간 이유 또한 시청자들 눈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길을 만들고 이끌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집중하면서 <골목식당>은 요식업 전반에 있어 인식 개선을 이끌어냈고, 개인이 성실하게 노력하면 언젠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현실에서 그려냈다.

<동네멋집>의 경우 마찬가지로 망한 카페 사장들의 뼈를 깎는 노력과 공부도 필수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드는 주요 볼거리가 자본과 컨설팅이 필요한 인테리어 '메이크오버'다. 결국 노하우 전수나 레시피가 아닌 '돈'으로 해결한다는 인상이 짙다는 말이다. 카페라는 업종 특성상 젊은 세대 소상공인이 구제 대상자로 주로 등장하고 F&B사업의 브랜딩에 관심 가질 시청자의 폭 또한 아무래도 다양한 세대 시청자를 아우르던 <골목식당>에 비해 좁다는 한계가 있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제작진은 두 가지 장치를 마련했다. 그 첫 번째가 솔루션을 받을 만한 당위를 증명하기 위한 경쟁체제의 도입이고, 두 번째가 개인회생이나 부모와의 아픈 관계 같은 연민을 자아내는 사연을 강조해 응원을 노리는 접근이다. 그리고 이런 장면들이 <골목식당>과는 다른 <동네멋집>만의 고유한 콘텐츠다. 업주의 기권이 없다면 어떻게든 백종원이 '멱살을 잡아서라도' 이끌고 가는 <골목식당>과 달리 <동네멋집>은 유정수가 교관처럼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하고 각 업주마다 미션을 주고 그 성과를 측정한 뒤 대결을 통해 세 군데 후보 카페 중 단 한 군데만 선정해 컨설팅을 한다.

그런데 선한 영향력의 발휘를 경쟁을 통해서 한다는 구성은 인간미, 응원의 정서가 스며드는 데 핸디캡이다. 솔루션이 메이크오버에 있다 보니 변화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대신 경쟁이란 코드를 넣어서 변화의 과정을 대체하고자 했겠지만 도움을 받을 자격을 증명하기 위한 또 하나의 대결은 <골목식당>의 몇몇 신화처럼 '동화'로 가깝게 다가오진 않는다.

<동네멋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제2의 백종원 만들기와 성공하는 가게 만들기 두 가지 프로젝트가 동시에 원활하게 맞물려야 한다. 아낌없이, 또 막힘없이 조리 있게 알려주는 유정수 대표의 카리스마나 전문가로서의 자질과 경력, 차분하면서도 냉온을 오가는 조언과 말투, 현실에서의 반응 등 파일럿에서 검증했듯이 꽤나 매력적이다. 덕분에 상권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살아있는 지식과 노하우, 브랜딩의 설계와 메뉴 설정, 현재 MZ세대 창업 문화와 현실에 대한 진단과 조언 등등 예능이지만 배움이라는 효용 또한 분명히 있다. 진단과 솔루션은 탁월하고, 태풍이 왔을 때 구명조끼 정도는 던져주자는 진정성도 빛난다.

하지만 메뉴가 전부가 아니었다. 백종원이란 인물이 개인 대 개인으로 풀어갔던 매력이 짙었던 <골목식당>의 공식 그대로 다른 장르와 사람을 끼워 넣으니 신선함이나 그만의 특별함, 선한 영향력의 발휘가 잘 와 닿지 않는다. 어쩌면 포맷을 재활용하는 접근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컨설팅이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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