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美, 정치 양극화 더 거세진다…하원, '바이든 탄핵' 조사

'바이든 차남' 헌터 바이든의 해외사업 의혹에 초점…
탄핵 소추안 하원 통과해도 상원 재판 가능성 희박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종 혐의로 형사 기소된 가운데 미 하원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나선다.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혼란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케빈 매카시(공화당) 미 하원의장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식적인 탄핵 조사(Impeachment Inquiry)를 지시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나는 우리 하원 위원회에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식적인 탄핵 조사를 시작하도록 지시했다"며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이 수개월 간 조사한 끝에 바이든 대통령의 가문에 심각한 부패 문화가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가족의 해외 사업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과 관련해 미국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 이는 권력 남용, 업무 방해, 부패 혐의"라며 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에너지업체 부리스카 홀딩스의 이사로 일하면서 부당이익을 얻었고, 바이든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이를 도왔다고 주장한다. 헌터 바이든이 당시 일거리와 고객 확보를 위해 당시 부통령이던 아버지의 이름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매카시 의장은 탄핵 조사 지시 발표에 즉각 반발했다. 이언 샘스 백악관 감독·조사 담당 대변인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 옛 트위터)에 "하원 공화당은 지난 9개월간 (헌터 바이든 의혹을) 조사했는데도 어떠한 위법 행위도 찾지 못했다"며 "이번 탄핵 조사는 최악의 극단적인 정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하원 공화당의 이번 조치는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현재 그가 직면한 형사 기소에 대한 보복 행위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임기 중 두 차례의 탄핵 조사를 받는 불명예를 얻은 바 있다.

케빈 매카시(공화당) 미국 하원의장 /로이터=뉴스1

매카시 의장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는 하원 감독위원회의 제임스 코머 위원장과 사업위원회의 짐 조던 위원장이 주도할 예정이다. 두 인사 모두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 관련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탄핵 조사가 공화당 내 매카시 의장의 입지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공화당 내 입지가 불안한 매카시 의장이 극우파 의원들의 요구에 떠밀려 탄핵 조사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탄핵 조사는 의회가 탄핵 소추안을 발의하기 위해 대통령의 의혹을 조사하는 절차지만, 탄핵 추진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로이터는 "하원 내 일부 강경 우파 공화당 의원들이 탄핵 조사 없이는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는 지출 법안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매카시 의장을 압박했고, 이는 탄핵 조사 지시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미국의 새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오는 10월 1일까지 지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미국 정부의 상당 부분이 문을 닫아야 한다. 또 일부 공화당원들은 매카시 의장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하원 의장에서 그를 물러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다만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점치고 있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탄핵 재판까지 가지 않을 거란 이유에서다. 미국의 탄핵 절차는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뒤 상원에서 탄핵 재판이 진행되는 순으로 이뤄진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