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 "그림처럼 정확한 내가 없다”…덕수궁미술관서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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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제목 '가장 진지한 고백'은 "그림처럼 정확한 내가 없다"고 말한 장욱진의 언급에서 착안됐다.
특히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60년 만에 일본에서 발굴된 장욱진 최초의 가족 그림인 1955년작 '가족'을 최초 공개한다.
장욱진 작품을 보고 만지며 소통할 수 있는 교육자료로 개발된 '촉각 그림책'이 전시실 내에 비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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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표지화와 삽화, 도자기 그림 등 270여 점 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전시 제목 ‘가장 진지한 고백’은 "그림처럼 정확한 내가 없다”고 말한 장욱진의 언급에서 착안됐다.
화가 장욱진(1917~1990)은 그의 화문집(畵文集) '강가의 아틀리에' 서문에서 밝혔듯이 참된 것을 위해 뼈를 깎는 소모까지 마다하지 않는 진솔한 자기 고백으로 창작에 전념했다. 그림 그리는 시간의 대부분을 방바닥에 쪼그려 앉아 수공업 장인처럼 그렸다. 이렇듯 지속적이고 일관된 그의 창작 태도는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장욱진은 60여 년 화업 인생 동안 제한된 몇 가지 소재들을 반복해서 그렸다. 재료를 가리지 않는 자유로움과 하나의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작 태도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다. 그의 이러한 열정 덕분에 서양화를 기반으로 한국적 모더니즘을 창출하고 한국미술사의 새로운 장을 연 화가를 평가를 받고 있다. 동양의 정신과 형태를 일체화시켜 수묵채색화 같은 유화 및 특유의 비현실적 화면 구성 등이 독창적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직무대리 박종달)이 14일 덕수궁에 개막한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은 장욱진의 60여 년 화업 인생을 총망라해 보여준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관장 이계영)과 공동주최로 마련된 전시다.
1920년대 학창 시절부터 1990년 작고할 때까지 손댄 유화, 먹그림, 매직펜 그림, 판화, 표지화와 삽화, 도자기 그림 등 270여 점을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60년 만에 일본에서 발굴된 장욱진 최초의 가족 그림인 1955년작 '가족'을 최초 공개한다. 또한 장욱진의 생전 마지막 작품인 '까치와 마을'(1990)이 최초로 전시되며, 그가 처음 그린 표지화 초안과 더불어 한국 전쟁 후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그렸던 '국제신보'「새울림」 (글 염상섭, 삽화 장욱진) 삽화 56점 전체도 최초로 공개된다.
“사람마다 내 그림을 보고는 그림의 설명을 요구해 온다. 그림을 그리는 누구도 그렇겠지만, 나는 항상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다. 그 생각이란 게 그림의 발상(發想)으로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 생각이 좋고 나쁜 것으로 그림의 됨됨이 또한 결정되기도 한다. 나의 생각이란 것은 무어 특이한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오는 여러 가지 포름(forme)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즉 산만한 외부 형태들을 나의 힘으로 통일시키는 일이다. … 한 작가의 개성적인 발상과 방법만이 그림의 기준이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있었던 질서의 파괴는 단지 파괴로서 결말을 지어서는 안 된다. 개성적인 동시에 그것은 또한 보편성을 가진 것이 아니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항상 자기의 언어를 가지는 동시에 동시대인의 공동한 언어임을 또한 망각해서는 아니 된다. 이런 점이 오늘날 작가들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장욱진, 「발상과 방법」, 『문학예술』, 1955.6.)
“누구나 그러하듯이 사람은 언제나 어디서나 저항 속에 사는 것 같다.……누구를 막론하고 직업인은 모두가 자기 직책을 빌려 스스로의 생명에 대한 순수성을 지키려 하고 안간힘을 쓰며, 이 순수성에 대한 타인의 침해를 막으려 드는 것이 상례이다. …… 나의 경우도 어김없이 저항의 연속이다. 행위[제작 과정]에 있어서 유쾌할 수만도 없고, 소재를 다룰 때 기교에 있어 재미있게 나왔다 해도 결과[表現]가 비참할 때가 많다. 이렇다 보니 나의 일에 있어서는 저항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일상(日常) 나는 내 자신의 저항 속에 살며, 이 저항이야말로 자기의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장욱진, 「저항」, 『동아일보』, 1969.6.7.)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장욱진 관련 아카이브를 통해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 이후 미술단체와 전람회 활동을 포함하여 새롭게 밝혀진 장욱진의 초기 행적 및 기존에 알려진 작품명과 연보의 오류를 바로잡은 연구 성과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장욱진의 조형 언어와 행적을 미술사적으로 규명함으로써, ‘동심 가득하고, 작고, 예쁜 그림’이라는 단편적인 평가를 넘은 장욱진 예술의 진면목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선보인다.
"자기의 생활은 자기만이 하며 자기의 생활을 그 누구의 생활과도 비교하지도 않았으며 때문에 창작 생활 이외에는 쓸데없는 부담밖에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승려가 속세를 버렸다고 해서 생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처님과 함께하여 그 뜻을 펴고자 하려는 또 하나의 생활이 책임 지워진 것과 같이 예술도 그렇듯 사는 방식임에 지나지 않으리라“(장욱진, 「예술과 생활」, 『신동아』, 1967.6.)
전시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 및 수어해설, 점자책과 큰 글자 감상 자료도 제공된다. 장욱진 작품을 보고 만지며 소통할 수 있는 교육자료로 개발된 '촉각 그림책'이 전시실 내에 비치됐다. 전시는 2024년 2월12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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