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식객'과 만난 日 '고독한 미식가'… "김치는 한국 것이 최고" "'마약김밥'도 맛있더라"

이강은 2023. 9. 1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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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은 바로 옆나라인데도 (음식 문화 등) 차이점이 많다. 그래서 교류를 많이 해야하는데 음식이나 관광을 통해 (서로) 유대 관계 높일 아이디어 없을까.”(허영만)

“서로의 음식문화를 잘 알아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맛있는 거 먹으면서 싸우는 사람은 없지 않나.”(쿠스미 마사유키)

허영만(왼쪽) 작가와 쿠스미 마사유키 작가가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한식당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한국과 일본의 음식(문화) 이야기를 각각 만화 ‘식객’과 ‘고독한 미식가’로 맛깔스럽게 풀어낸 허영만(76) 작가와 쿠스미 마사유키(久住昌之·65) 작가가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한옥에서 만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음식을 통해 한·일 문화관광 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양국의 음식만화를 대표하는 두 사람을 불러 마련한 대담 자리다. ‘식객’과 ‘고독한 미식가’는 드라마나 영화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다. 

허영만과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 쿠스미 마사유키(이하 쿠스미)는 이날 한·일 양국의 다른 음식문화 등을 주제로 대화하면서 양국 고유의 음식과 현지 맛집에 대한 관심이 관광 등 한·일 교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화기애애했던 대담은 허영만이 묻고 쿠스미가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에 앞서 쿠스미가 ‘식객’ 만화책을 집어들며 “일본에는 아직 1권만 나와서 1권을 읽었다”고 하자 허영만은 “일본에서 책이 안 팔려 1권만 내고 그만 뒀다”며 웃었고, 다시 쿠스미는 “이제부터 많이 팔릴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허영만 : “돈가스와 카레 등 일본은 외국에서 들어온 음식을 일본화하는 데 재주가 좋은 것 같다. 외국에 가면 카레를 일본 음식으로 여길 정도다. 우리나라는 차별화를 따지는데 일본은 안 따지는 것 같다.”

-쿠스미 : “김치는 한국 것이 맛있다. 일본 김치는 맛 없어요. 배추가 달라서인가.”

-허영만 : “우리 아내와 일본 친구 집에 갔다가 채소 밭이 있어서 아내가 김치를 담주고 왔다. 그런데 아내가 하는 말이 ‘일본 배추와 무는 물기가 많아서 맛이 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 일본은 화산이 많고 토질이 우리(한국)와 달라서 그런가보다.”

-쿠스미 : “그럴 것 같다.”

-허영만 : “한국 관광이라는 게 보는 것도 있지만 먹는 게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에 오면 뭘 먹고 싶은가.”

-쿠스미 : “김치다. 최근 부산에서 먹은 김치가 맛있었다. 묵은지라서 굉장히 시었지만 맛있었다. 그것만 있어도 밥을 다 먹겠더라.”

-허영만 : “나는 일본에 가면 (현지) 가정식을 먹고 싶은데 민간인을 만날 일이 없어 (아쉽다.)”

-쿠스미 : “어렸을 때 집 형편이 안 좋았는데, 그 당시 (어머니가) 아침식사마다 소금으로 담근 장아찌를 주셨다. 그걸 먹으면서 계절을 느낄 수 있었다. 가지가 나오면 ‘곧 여름방학이 오겠구나’, 겨울이면 무나 배추, 오이 장아찌가 나오고. 특히 그 장아찌는 바로 먹지 않으면 맛 느끼기가 어렵다.”

-허영만 : “결국 어머니 음식이네. 일본 가정식 파는 요리점은 없나.”

-쿠스미 : “그렇게 많지는 않고. 연세 많으신 할머니가 운영하는 가게들을 가면 가정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허영만 : “한국에 지금까지 네 번 왔다던데, 일본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식당이 있었나.”

-쿠스미 : “5년 전 왔을 때 굉장히 맛있는 삼겹살 집에 갔었다. 생배추에 김치와 삼겹살을 얹어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일본에 없는 방식이었는데, 젊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더라.”

-허영만 :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한국처럼 메인(음식) 나오기 전 반찬이 쫙 깔리는 데가 없다. (한국은 또 음식을 추가로) 달라면 더 많이 준다. 일본의 한 수산시장 갔을 때 초밥을 먹는데 된장국을 조금만 줘서 더 달라했더니 돈을 내라고 하더라. 일본은 그런 게 한국과 다르다. 어떻게 생각하나.”

-쿠스미 : “(그런 한국의 음식문화가) 저한테는 천국이 따로 없다. 그렇게 나오는 김치 등 반찬을 아주 좋아한다. (한국에 오면) 반찬을 먹느라 배 불러서 매인(음식)을 못 먹을 정도다. 밥도둑이다. 한국 분들은 그렇게 많이 드시는데 왜 살이 안 찌시는지 궁금하다.”

-허영만 : “내가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음식 먹는) 방송 5년 진행하는데 왜 살이 안찌느냐고. 체질인가 싶은데, 가만 보면 (한국 음식은) 살찌는 게 적다. 탄수화물 밥이 있지만 단백질 많지 않아. 거의 풀이고.”

허영만(왼쪽) 작가와 쿠스미 마사유키 작가가 13일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쿠스미 : “이렇게 두 나라가 가까운데도 다른 부분, 우리가 몰랐던 부분이 많구나 느낀다. 한국에서는 깻잎을 많이 드시더라. 우리(일본)는 차조기와 시소를 먹는데.(깻잎은 안 먹는다). 한국에선 (생선)회도 깻잎에 싸서 먹으면 맛있다고 하는데.” 

-허영만 : “(한·일 양국이) 음식문화를 비교하면서 접근하는 것도 교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쿠스미 : “서로 맛있는 것 먹으며 점점 더 알게 되면 사이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싸거나 희귀한 음식을 대접하는 거 말고 (싸지만 맛있는 거 먹으면서) 한국인은 먹지만 일본인은 안 먹는 깻잎 이야기, 식당에서 미리 밥을 (그릇에) 담아두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손님 오면 퍼서 주는 차이 등을 안다는 것도 교류 증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허영만 : “일본에서도 시험 볼 때 금기하는 음식이 있나. 미역국 안 먹는다든가, 계란을 깨지 않는다든가.”

-쿠스미 : “하하. 특별히 없는 듯하다. 있을 수도 있지만 저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서. 어제 ‘마약김밥’을 먹었는데 맛있었습니다. 그런 이름 붙여도 되는 건가. 일본은 무서워서 못 붙이는데.”

-허영만 : “흔히들 음식을 두고 그 나라의 문화라고 하는데, 요즘 음식은 사람과 문화를 하나로 이어주는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거 같다. 한·일의 음식 교류와 한국의 미식 여행을 다시 한 번 부탁 드린다. 한국 음식도 많이 소개해주고. 나도 일본 음식 많이 소개하겠다.”

-쿠스미 : “좋은 말씀이다. ‘형님 감사합니다. 다음엔 코가 비틀어지게 먹어봅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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