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느라, 쌓이는게 빚” 8월만 7조 늘어.. 가계대출 ‘사상 최대’
부동산시장 회복 영향.. 거래 수요 등 몰려
금융당국 “현장 점검 관리”.. 기업대출 8조↑
가계대출 추이 ‘촉각’.. 주택경기 등 변수
은행권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잔액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부동산 시장 회복 흐름에, 주택구입 자금 수요가 크게 몰린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계대출 증가 폭이 한 달 새 7조 원 가까이 불어 2년여 사이 최대치를 기록한데다, 증가 폭만 해도 3년 6개월 만에 가장 컸습니다. 단기간 급증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정책 당국이 규제 강화를 서두르고 나섰습니다.
당장 오늘(13일)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제한하고 가산금리도 적용해 대출한도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정부 정책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어느 정도 둔화시킬 것으로는 보이지만, 실효성을 더할 수 있을지는 향후 주택경기 추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8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론 양도분을 포함한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75조 원으로 5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달 말 대비 6조 9,000억 원 늘어난 것으로 올 들어 가장 많은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증가 폭은 2021년 7월(9조 7,000억 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컸습니다. 주택경기가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 규모가 확대된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계대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담대 잔액(정책모기지론 양도분 포함)도 827조 8,000억 원으로 전월 말보다 7조 원 늘며 2020년 2월(7조 8,000억 원)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습니다. 주담대는 올 들어 2월(-3,000억 원) 반짝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3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습니다.
한국은행은 이같은 증가 배경에 대해 “올들어 주택경기가 회복 흐름을 보이며 주택구입 자금 수요가 늘어난게 가계대출을 유발한 것”이라면서 “고금리로 인해 가계대출을 상환하자는 흐름이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뚜렷하게 나타났지만, 최근 들어 이같은 흐름이 둔화된 것이 가계대출이 늘어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습니다.
반면 8월 전세자금대출은 전달보다 1,000억 원 감소했습니다.
기타 대출은 1,000억 원 줄어든 246조 원으로 신용대출 금리 상승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에 소폭 감소 흐름을 지속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타 대출은 지난 2021년 12월(-2조 2,000억 원) 이후 1년 9개월째 감소세입니다.
은행들이 주담대라는 안전 대출을 선호할 뿐, 사실상 담보가 없는 저신용 서민 등의 신용대출 요구는 외면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실제 주택담보대출은 금융당국의 강력 규제 등으로 인해 제2금융권에서는 4,000억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7,000억 원 줄며 감소 폭을 키웠습니다.
주택거래는 회복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와 주택 전세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올 들어 1월 1만 9,000건(5만 4,000건), 2월 3만 2,000건(6만 9,000건), 3월 3만 5,000건(6만 7,000건), 4월 3만 4,000건(5만 8,000건), 5월 3만 7,000건(5만 5,000건), 6월 3만 6,000건(5만 4,000건), 7월 3만4000건(5만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이 폭증세를 보이면서 금융당국이 대책을 서두르고 나섰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오늘(13일)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가졌습니다.
참석자들은 7월에 이어 8월에도 주택거래 회복세가 지속되고 은행권 주담대 등 중심으로 5~6조 수준의 증가세가 이어지는데 따라,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에 따라 먼저 50년 만기 대출이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오늘(13일)부터 대출 전 기간에 걸쳐 상환 능력이 입증되기 어려운 경우 DSR 산정 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제한키로 했습니다.
다만, 개별 차주별로 상환능력이 명백히 입증될 경우 50년 만기 대출 등이 가능합니다.
관련해 한국은행 측은 “9월은 추석 연휴로 영업일수가 적어 통상 가계대출 증가 폭이 축소되는 경향이 있어 이달엔 가계대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관리를 강화한 50년 만기 주담대와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보금자리론 금리인상 등도 일정 부분 가계대출 증가세를 둔화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재연 조짐을 보이는 투기 바람이 잦아들지는 좀더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대출도 1,226조 9,000억 원으로 전달 8조 7,000억 원 늘어난 데 이어 8조2,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8월 증가액 기준 지난 2009년 이후 두 번째로 크게 늘었습니다.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늘고, 은행의 완화적인 대출 태도가 더해지면서 7월에 이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금은행의 8월 말 수신(예금) 잔액도 2,256조 3,000억 원으로 7월 말보다 27조 9,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수시입출식예금이 계절적 감소 요인(부가가치세 납부)이 사라지고 교부금 등 지자체 자금이 유입되며 7월 36조 6,000억 원 감소에서 1조 1,000억 증가로 돌아섰습니다.
정기예금은 지속되는 지자체·가계 자금 유입과 일부 은행의 법인자금 조달 노력이 더해지면서 14조 원 늘었습니다. 증가 폭도 7월(12조 3,000억 원)보다 확대됐습니다.
7월 18조 8,000억 원 증가했던 자산운용사 수신은 8월 2조 4,000억 원으로 증가 폭이 축소됐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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