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 비친 한줄기 빛…클린스만호 최전방 경쟁서 앞서나가는 조규성
드디어 기다렸던 골이 터졌다. 조규성(미트윌란)이 클린스만호에서 첫 득점포를 터트리며 어둠 속 한줄기 빛을 쏘아올렸다.
조규성은 13일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0-0으로 팽팽히 맞선 전반 32분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황인범의 침투 패스가 상대 수비에 맞고 굴절돼 순간적으로 공중에 뜬 틈을 놓치지 않고, 문전에서 머리를 맞춰 공을 골문으로 보냈다. 경기가 1-0으로 끝나면서 조규성의 골은 결승골이 됐다.
조규성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각광받았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황의조(노리치 시티)에 이은 ‘2인자’로 보냈다.
하지만 지난해 열린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상황은 바뀌었다.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선발 기회를 잡은 조규성은 헤딩으로만 2골을 몰아치며 주가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본선 단일 경기에서 멀티골을 넣은 것은 조규성이 최초였다.
이후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유럽으로 진출하려던 꿈을 잠시 접었던 조규성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에도 황의조, 오현규(셀틱) 등과 함께 최전방 자원으로 꾸준히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조규성의 득점포는 계속 침묵을 지켰다. 특히 6월 엘살바도르전에서는 선발로 나섰지만 득점 기회를 모두 날리는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유럽 원정 2연전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와 오현규가 아닌 조규성에게 선발 기회를 주며 믿음을 보였다. 웨일스전에서 다시 침묵을 지킨 조규성은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기어코 골을 만들어내며 클린스만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상대 실수도 골에 큰 역할을 했지만, 경기 초반부터 꼭 슈팅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상대 수비에 부담을 안기려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기다리던 골맛을 본 조규성은 A대표팀 내 최전방 공격수 경쟁에서도 한 걸음 더 앞서가게 됐다. 황의조는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후반 23분 조규성과 교체투입됐으나 자주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고,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토트넘)을 대신해 투입된 오현규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리그에서의 활약도 조규성이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조규성은 덴마크 리그에서 3골,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UECL) 예선에서 1골 등을 넣고 있다. 반면 황의조는 FC서울에서 임대 기간이 끝나 원소속팀 노팅엄(잉글랜드)으로 갔다가 기회를 얻지 못해 2부의 노리치 시티로 임대를 떠났다. 오현규는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한 여파로 경기력이 완전히 올라오지 못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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