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마음대로 문장 바꿨나… 하인라인 SF소설 뒤늦은 ‘오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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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국내 소개된 미국 작가 로버트 앤슨 하인라인(1907~1988)의 장편소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 뒤늦게 드러난 오역으로 소셜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영화화된 소설 '스타십 트루퍼스' 등으로 잘 알려진 하인라인은 에스에프(SF)계 가장 유명한 작가로 꼽히며 국내서도 여전히 두터운 팬층을 거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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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쪽 “2004년 번역은 제대로, 2009년 출간 때 편집 오류 추정”
2009년 국내 소개된 미국 작가 로버트 앤슨 하인라인(1907~1988)의 장편소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 뒤늦게 드러난 오역으로 소셜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영화화된 소설 ‘스타십 트루퍼스’ 등으로 잘 알려진 하인라인은 에스에프(SF)계 가장 유명한 작가로 꼽히며 국내서도 여전히 두터운 팬층을 거느린다.
발단은 한 독자가 지난 11일 트위터에 올린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을 막 읽기 시작했는데 원서와 한글번역이 아주 당황스러운 부분에서 다른 걸 발견했는데요, 대체 의도가 뭔지 너무 당황스러운데, 여자가 화자보다 크다 → 작다로…”란 글이었다. 소설 속 혁명 아이콘으로 등장하는 여성의 체형은 원문에 180㎝, 70㎏인데, 출판사 황금가지 번역서에는 168㎝, 48㎏으로 바뀌어 있다.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은 비판과 호응이 이어졌다. “‘나도 작은 편은 아닌데, 그 여자는 너한테나 작지, 나한테는 크다’는 내용을 완전 반대로 왜곡해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한 재미를 반감시킨다. 불량품이니, 환불해달라”거나 “(큰 여자가) 무서워서 헐레벌떡 바꾼 거”냐, “황금가지 같은 큰 출판사에서 (…) 편집자가 자기 마음대로 문장을 변경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데, 그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1992년 잎새출판사 번역본(임창성 옮김)에 견주면 이렇다.
그녀가 조그마해 보이는 것은 쇼티뿐이었다. 나는 작은 편이 아니다. 175센터미터나 된다. 그러나 그녀쪽이 컸다. 180센티미터, 그리고 무게는 70킬로그램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완벽하게 곡선을 갖추고 있었고, 쇼티가 검정색이듯이 그녀의 신체는 모든 것이 블론드였다. (잎새)
하지만 그녀는 쇼티에게나 ‘작은’ 아가씨일 뿐이었다. 나도 175센티미터인 만큼 작은 키는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나보다 약간 작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168센티미터였다. 그리고 체중은 48킬로그램이었다. 몸매의 굴곡은 완벽했고, 새까만 쇼티와 정반대로 화사한 금발이었다. (황금가지)
황금가지 편집부 김준혁 주간은 13일 한겨레에 “2004년 번역(안정희)은 제대로 되어있는데 2009년 출간 당시 편집 과정에서 잘못 고쳐진 것으로 보인다”며 “원칙적으로 말이 안된다. 수정이 필요하면 번역자와 상의하며 진행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나 싶다”고 말했다. 당시 편집자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황금가지 쪽은 소설 속 두번째로 여성의 몸무게가 언급된 대목이 첫번째 오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한다. 해당 대목에서, 화자는 여성이 드러나지 않게 몸무게를 48㎏으로 속인다.
황금가지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일독에 불편을 끼쳐 송구하다”며 “전자책은 원고를 비교해서 혹 또 다른 문제가 있는지 확인한 뒤 바로 반영토록 하겠다. 종이책은 재판시 수정토록 하겠다”고 알렸다. 김 주간은 한겨레에 “48㎏이 한번 더 잘못 표기된 대목이 있는데 그것도 원문에 따라 바로 잡았다”며 “전자책은 이미 수정했고, 새로 인쇄하는 책도 수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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