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00억 경제효과’라더니…‘5분의1’ 토막 난 청와대 관람객
‘영빈관’, 대통령 행사로 3~4일에 한 번꼴 ‘관람 제한’
靑 리모델링 예산 증액…“용산 이전 비용 계속 늘어나”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청와대를 찾는 관람객의 발길이 날로 급감해 개방 직후의 5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 가운데 청와대 핵심 관람 요소인 영빈관은 대통령실 행사 준비와 진행으로 나흘에 한 번꼴로 문을 걸어닫고 있다. 정부는 청와대 리모델링과 추가 개방 등을 위한 내년도 예산을 크게 증액하며 붐업에 나서고 있지만, 청와대 개방의 '손익'을 둘러싼 지적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청와대 관람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를 찾은 관람객 수는 월 10만 명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개방 직후 월 60만 명에 육박하는 관람객이 방문한 것에 비해 약 20%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매주 화요일 정기 휴무일을 제외하고 따졌을 때 일일 2만 명 이상을 기록하던 관람객 수는 40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청와대가 정해둔 예약 발권 8000명, 현장 발권 2000명 등 일일 관람객 1만 명 제한을 크게 밑도는 상황이다. 최근 날씨가 무더웠던 것을 감안해 지난해 봄과 올해 봄 관람객 수를 나란히 비교해 봐도, 관람객 수는 3분의1 토막이 난 것으로 파악된다.(그래프 참고)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는 '용산 시대' 개막과 동시에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했다. 당시 찬반 논쟁 속, 정부는 청와대 개방을 추진하기 위한 근거로 '연 2000억원 경제효과'를 내세웠다. 일각에선 연 1600만 명 방문으로 인한 1조8000억원 파급 효과를 추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여 사이 관람객 급감으로 인해 이러한 예측들은 모두 무색해진 상황이다.
당시에도 '2000억 경제효과' 분석을 두고 '부실한 예측'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분석을 진행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연간 경복궁 방문객 수 300만 명이 모두 청와대를 방문할 것이라는 전제로 해당 수치를 추산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인근 국립현대미술관 방문객이 1인당 평균 2만3000원을 지출하는 만큼, 청와대 근처에서도 이와 동일하게 소비할 거란 예상을 더했다.
정부는 청와대 개방 이후 경제효과와 편익을 추산하는 작업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개방 전 발표된 앞선 분석들 이외에 현재까지 문체부 등에서 새롭게 내놓은 경제 효과 추산치는 없다. 지난 4월 국회에 출석한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지금 청와대 주변 경제효과가 얼마나 나오고 있나. 2000억원 효과가 나고 있나"라는 야당의 질의에 "다시 따져보겠다"며 "경기 전체가 침체하고 있고, (청와대 개방 이후) 지난 1년간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청와대만 그렇게 얘기할 수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대통령 영빈관 사용'으로 발길 돌리는 관람객
청와대 관람객이 개방 초반에 비해 감소세를 보이는 현상은 일견 자연스러울 수 있다. 청와대라는 공간에 대한 국민적 호기심도 옅어진 데다, 관람객으로서 여러 차례 방문할 유인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관람객들 가운데 자주 청와대 일부 공간 관람이 제한되는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청와대 내 손님맞이 공간이자 내부 관람의 묘미인 '영빈관'이 각종 대통령 행사들로 인해 자주 문을 닫은 탓이다.
취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5일 베트남 주석 국빈 맞이를 위해 영빈관을 다시 사용한 이후 지난 8월31일까지 총 55일 영빈관에서 각종 회의 및 행사를 가졌다. 행사 시간 등에 따라 하루 전부터 준비를 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대략 100일 가까이 영빈관 관람이 제한돼 온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따졌을 때 사나흘에 한 번꼴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13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영빈관 2층에서 행사가 예정된 경우 1층 관람을 최대한 열어두거나, 저녁 행사일 경우 전날까지는 관람을 허용하는 등 최대한 신경 쓰며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 행사가 대부분 보안 사항인 탓에 방문객들이 당일 청와대를 방문한 후에야 영빈관 관람 제한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 불만은 더욱 쌓이고 있다.
청와대 리모델링 예산 증액…"R&D 예산은 깎더니"
관람객들을 다시 늘리기 위해선 이 같은 혼선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의 '단순 관람 위주'에서 벗어나 즐길 거리를 보다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개방 초 '청와대 미술관화' 등 활용방안이 언급됐지만 공간 및 품위 훼손 등 우려에 부딪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한동안 구체적인 청와대 활용 계획이나 추진을 뚜렷이 내놓지 못해왔다.
그런 가운데 최근 문체부는 청와대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리모델링, 그리고 미개방 건물 추가 개방 등을 위한 목적으로 내년도 청와대 관련 예산 330억원을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95억원을 증액한 규모다. 예산 대부분은 공사비(162억원)로 지출될 것으로 확인된다.
야당은 '용산 이전'에 소요되는 비용이 끝없이 늘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용산 이전에 따른 도미노 예산이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며 "내년도 R&D 예산은 20% 이상 삭감돼 과학기술계 연구원들의 손발이 묶였고, 공공주택 예산도 크게 줄었다. 청와대 리모델링에 100억 원을 넘게 쓰는 것은 많은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호정 의원은 "대통령의 영빈관 사용으로 관람객 출입이 자주 통제되면 청와대 개방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청와대 개방을 대책 없이 강행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젠 '오픈 효과'도 이제 사라져 관람객이 감소하고 있다. 청와대 개방을 이미 강행한 이상, 개방 취지를 살려 시민들이 좀 더 편하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문체위원으로서 이번 국정감사에 분명한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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