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찰의 이름으로 사죄를…" 탁성호 재판에서 무슨 일이?

■ 방송 : 전남CBS 라디오 <시사의 창> FM 102.1/89.5(순천) (17:00~17:30)
■ 진행 : 최창민 기자 ■ 제 작 : 전남CBS 보도제작국, 정혜운 작가
■ 대담 : 탁성호 사건 유족 심명남 씨

◇ 최창민> 1971년 당시 조업을 하다 북한 경비정에 납치됐던 동림호 사건, 잘 아실 겁니다. 동림호 선장이던 신평옥 어르신이 얼마 전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는데요. 50년 만에 간첩 누명을 벗은 겁니다.
같은 해 북한에 납치된 탁성호의 선원 5명도 재심을 청구했는데요. 12일 결심 공판이 열렸습니다. 자세한 내용, 탁성호 사건의 유족이죠. 심명남 씨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심명남> 안녕하십니까. 탁성호 사건 유가족 심명남이라고 합니다.  

◇ 최창민> 마침 결심 공판이 있었다고요.  

◆ 심명남> 그렇습니다.  

◇ 최창민> 탁성호 사건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세요.

◆ 심명남> 탁성호 사건은 1971년 동해안에서 오징어잡이를 하던 탁성호가 북한 경비정에 피랍돼 불법 구금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됐고 기소됐습니다. 이후 72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요. 지난해 재심 개시가 결정됐습니다.
아버지가 탔던 탁성호는 71년 선원 31명을 태우고 여수에서 동해로 오징어잡이에 나섭니다. 8월 30일 오징어를 많이 잡았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묵호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북한 경비정에 납치당했습니다. 납북이 아니라 납치당한 겁니다. 선원들은 납치 직전까지 해군에 구조 요청을 긴박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6시간 동안 대치됐고 당시 찾아보면 언론을 뜨겁게 달궜더라고요. 이것은 대한민국 영토에 침투한 북한 경비정에 의해서 강제 납치됐음이 기록상으로 명백한, 전례 없는 납치 사건입니다. 저희가 칠 남매입니다.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여수에서 오징어잡이를 타러 탁성호에 승선하다 이런 일을 당한 겁니다.  

◇ 최창민> 지금 심명남 씨 아버님은 돌아가신 거죠.

◆ 심명남> 저희 아버님은 30여 년 전에 작고 하셨습니다.  

◇ 최창민> 생전에 평생 감시에 시달리셨다고요.  

◆ 심명남> 정말 아버님은 저희가 어렸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경찰서에서 항시 감시를 했습니다. 저희들은 어렸을 때 잘 몰랐는데, 알고 봤더니 제가 군 복무 시절 근무를 했는데 거기서 상급처리를 해서 매일 감시당한 걸 두 눈으로 보고 정말 너무 어이가 없었고 너무 정말 허탈했습니다.  

◇ 최창민> 재심이 결정되고 첫 공판이 열렸다고 들었습니다.  

◆ 심명남> 그렇습니다. 12일 11시 20분에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316호 법정에서 사건이 일어난 지 53년 만에 재심 공판이 이뤄졌습니다. 동림호는 고법에서 최종 공판이 이뤄졌지만 저희는 1심인 순천지원에서 검사 측이 무죄 선고를 재판부에 요청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만약 무죄가 확정된다면 이게 곧 결심 공판이 되는 셈입니다.  

◇ 최창민> 선고 기일은 언젠가요?

◆ 심명남> 10월 26일 잡혔습니다.

◇ 최창민> 앞서 동림호 사건이 무죄 판결이 났기 때문에 탁성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은데 재판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 심명남> 요즘 납북 어부 사건이 무죄가 나오는 분위기라서요. 내심 많은 기대 속에서 법정에 갔습니다. 하지만 검사 측에서 어떻게 나올지 긴장을 많이 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날 최종 의견을 발표한 검사님은 피고인들은 수사와 재판 후에도 낙인 효과로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피해와 고통을 입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온갖 고초를 겪은 피고인들은 대한민국에 와서도 환영을 받지 못했고 수사와 재판을 받는 등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적법 절차 준수와 기본권 보장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서 현직 검찰의 이름으로 피고인들에게 깊은 사죄를 드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불법 구분된 상태에서 수사기관이 수집한 증거는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 능력이 부정되고, 피고인이 범행을 공모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피고인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도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법정에 재판부에다가 요청을 해서 53년간 응어리 진 청구인들이 환호했습니다.  

◇ 최창민> 진술을 할 기회가 있었다던데 어땠나요.

◆ 심명남> 마을에서 5분이 탁성호에 타셨는데요. 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재판장님께서 청구인 변론 시간을 줬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일상에서 감시와 모진 고통을 당했던 어부들과 유가족들 그리고 국가보안법 위반과 수산업법 위반으로 빨갱이 자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습니다. 이번 탁성호 사건은 국가가 당연히 지켜줘야 할 대한민국 어부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핵심인데요. 오징어잡이에 남북이 있을 수도 없고 이념이 있을 수가 있습니까?  오징어잡이로 한없이 고달프기만 했던 아버지는 험한 파도와 시달리며 밤잠을 못 자면서 처자식을 키워야 했던, 저에게는 정말 자랑스러운 아버지였습니다. 그래서  빨갱이와 국가보안법으로 덧씌워진 선원들의 억울한 사연을 한번 다시 한 번 살펴봐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평생을 감시당한 아버지와 탁송호 유가족들에게 저희 아버지는 간첩이 아니었다 결코 빨갱이가 아니었다는 것을 당당히 말해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님이 눈을 편히 감을 수 있도록 현명한 재판을 내려주실 것을 다시 한번 호소드렸습니다.
아울러, 김도암 씨 따님 김정수 씨는 6살 때 순천 교도소로 아버지 면회를 가서 아버지가 고문당하는 일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그리고 어업을 해서 재산을 축적할 때마다 경찰이 북한에서 들어온 공작금이 아니냐 그런 경찰의 감시가 심했다는 점을 털어놨고요.
서이남 씨 자녀 서명철 씨는 여수시 남면 동고지에 살 때 작은 아버지가 행방불명을 당했답니다. 그때 동네에 난리가 났거든요. 그래서 서명철 씨 아버님이 간첩들하고 접선하지 않았냐 (해서)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 친척들 모두 경찰서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했는데 나중에 바다 속에서 시신을 건졌답니다. 그래서 억울함이 풀렸는데 그런 식으로 감시를 받고 학대를 받고 부모님들이 그런 삶을 살았으니까 정말 무죄 선고를 해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탁성호 선원이었던 아버지 심여종 씨(왼)와 아들 심명남 씨(오). 심명남 제공

◇ 최창민> 지금 생존해 계신 분은 없으신가 보네요.

◆ 심명남> 올 4월 28일 김석봉 어르신이 돌아가셨습니다. 마을에서 탁성호에 탔던 5분은 다 돌아가시고, 탁성호 선원들은 31명이기 때문에 나머지는 살아계실 거라고 저희들은 알고 있습니다.  

◇ 최창민> 생존해 계실 때 이런 일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점이 있겠습니다.

◆ 심명남> 상당한 아쉬움이 크고요. 아직 확정 선고는 나지 않았지만 저희들이 99퍼센트 좋은 결과가 나올 걸로 기대하는데, 확정된다면 돌아가신 우리 아버님과 고인이 되신 선원들한테 명예회복하는 길이 될 것 같습니다.  

◇ 최창민> 탁성호 선고일이 다음 달 26일 열린다고 하니까 결과 기다려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탁성호 사건 유족 중 한 분인 심명남 씨와 인터뷰했습니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박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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