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 “석유·석탄·가스 수요, 2030년 이후 내리막”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화석 연료 시대가 2030년이면 ‘정점’을 기록한 뒤 서서히 저물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12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겉보기에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화석연료의 시대는 10년 안에 끝날 것”이라며 “석유, 석탄, 가스 수요는 몇 년 안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놀라운 변화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정점을 앞당길 것”이라며 “태양광 패널,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기술의 눈부신 성장,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파급 효과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이 시작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으며, 다음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롤 사무총장은 IEA가 다음 달에 발표할 연간 세계 에너지 전망에 해당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IEA는 지난 6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세계 석유 수요가 2030년 전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여기다 석탄과 가스 수요도 2030년이면 정점에 달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비롤 사무총장은 “전 세계 석탄 수요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태양열과 풍력이 확산하고 중국 이외의 지역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줄면서 향후 몇 년 안에 석탄 수요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다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이 경제가 둔화하고 있고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에 힘쓰면서 곧 석탄 사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석유 수요가 2030년 이전에 정점에 다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근거로 중국을 꼽았다. 그는 “일부 전문가들이 팬데믹 기간 석유 수요가 줄어들자,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정점에 이르렀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으나, IEA에는 그동안 해당 전망에 대해 경계의 입장을 내놓았다”면서도 “특히 중국의 전기차 성장으로 인해 석유 수요가 2030년 이전에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스 소비 역시 줄어들 것으로 보았다. 그는 “우리가 2011년에 불렀던 ‘가스의 황금시대’가 거의 끝나가고 있으며, 2020년대 후반에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가스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가스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전력 생산에 있어 재생에너지가 가스를 앞지르고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롤 사무총장은 화석 연료의 종말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정책 상황에 근거하면 화석 연료 수요 감소는 지구 온도 상승 속도를 1.5도로 제한할 수 있을 만큼 가파르지는 않다”며 “이로 인해 각국 정부는 훨씬 더 강력하고 신속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화석연료 수요가 2030년 안에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요가 감소하는 도중에 여전히 급등, 급락, 정체 현상이 있을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폭염과 가뭄은 수력 발전 생산량을 줄이고 전기 사용을 증가시켜 석탄 수요를 일시적으로 중가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더라고 공급 업체들이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안보 문제가 남아있다”며 “이미 화석 연료 사용 정점이 가시화된 상태에서 의사결정자들은 민첩해야 하며, 청정에너지 전환은 더 강력한 기후 정책을 통해 가속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