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4년5개월만 우주기지 회담…무기·위성 밀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오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났다. 4년 5개월 만이다. 당초 거론되던 동방경제포럼(EEF, 10~13일)이 열린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북한에서 더 먼 곳이다. 이곳이 정상회담 장소로 선택된 것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선 서방국에 좌절감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배경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김정은이 원하는 위성 관련 기술 논의가 이뤄질 것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러시아 당국자를 인용, 푸틴 대통령은 이미 전날 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로 이동해 김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2012년 착공 당시 예산 4000억 루블(5조5320억원)이 투입돼 건설됐다.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소비에트연방)이 자랑하던 우주탐사 강국의 명성을 되찾겠다며 기지 건설을 추진했으나, 카자흐스탄에 위치한 바이코누르 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공사가 예정보다 훨씬 늘어진 데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로켓 발사 실패가 잇따르면서 부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러시아는 달 남극 표면을 탐사할 목적으로 지난달 11일 무인우주선 루나 25호기를 발사했다. 47년 만의 달 탐사 시도였으나 우주선이 달 표면 추락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이로 인해 러시아 내부에서 우주탐사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같은 여론을 잠재우고 우주탐사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회담 장소로 선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WP는 "우주탐사는 국력을 과시하는 장이 됐다"며 "보스토치니 기지는 러시아 독자적으로 우주탐사를 해낼 수 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야망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또 WP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 수행단에 박태성 당 비서 겸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장이 포함된 점에 주목했다. WP는 "우주탐사가 북·러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정찰위성 확보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했다.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북한에 정찰위성과 핵잠수함 기술 제공, 식량 지원 등을 약속하고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침공에 쓸 재래식 무기를 제공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북한 재래식 무기의 수준과 재고량으로 볼 때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 물량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에서 받은 포탄으로 포탄 국내 생산에 필요한 시간을 버는 한편, 우크라이나를 지원 중인 서방 여론을 좌절시키는 게 푸틴 대통령의 목표라고 보고 있다. 테렌스 로릭 미 해군참모대학 교수는 "북한 포탄은 단기적으로 전장에서 큰 변수가 되기 힘들다"면서도 "러시아가 노리는 소모전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공세)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보다 오래 갈 것이라는 평가를 끌어내는 것이 푸틴 대통령의 전략적 목표"라는 것이다.
한편 헨리 키신저 센터 소속 세르게이 라드센코 교수는 지난 8일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 북러회담을 지렛대로 한국과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드센코 교수는 "한국은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으나 마지못해 발을 들인 듯하다"며 "러시아가 한국을 서방 제재의 '약한 고리'로 보고 공략에 나선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과 거리를 좁히면 한국이 러시아와 대화하려 할 것이라고 푸틴 대통령이 판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러시아매체 인테르팍스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현지 취재진에 "러시아와 한국은 무역 파트너 관계다. 동북아시아와 한반도 정세를 안정화하는 데 있어 이익을 공유하는 입장"이라며 "한국이 요청하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김 위원장 회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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