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왜 이래?” 인력 빼가고, 코 앞에 공장 짓고…속터지는 삼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캠퍼스 부지(파란색 부분)와 롯데바이오로직스 공장 부지(빨간색 부분)[구글 지도]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사람도 계속 빼가더니, 이젠 공장마저 바로 옆에?”

바이오업계에서 도 넘은 인력 빼가기로 논란이 확산되는 기업이 있다. 이미 기술 유출 의혹으로 법적 공방까지 진행 중이지만, 법적 문제를 떠나 도의적으로도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대표이사부터 주요 직원들까지 특정 업체 출신으로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신규 공장 부지 위치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바로 길 건너편에 해당 업체가 보란듯이 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 업계에선 근거리를 앞세워 더 많은 인력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국내 최대 바이오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가 지난 해 신설된 롯데바이오로직스(이하 롯바)와 인력 유출 및 영업비밀 침해 등에 따른 다툼을 진행 중이다.

시작은 지난 2021년 롯데그룹이 바이오 사업 추진을 위해 당시 삼바에서 10년간 근무한 이원직 프로를 롯데지주 상무로 영입하며 시작됐다. 이 상무는 2022년 6월 설립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대표를 맡는다.

이후 삼바 직원 중 많은 직원들이 롯바로 이직했다. 이에 삼바는 롯바로 전직한 직원 3명을 상대로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제출하고 직원 유출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몇 차례 보냈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롯데바이오로직스 제공]

하지만 롯바는 오히려 삼바가 위치한 인천 송도에 공장 부지를 확정했다. 롯바는 지난 2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며 송도 진출을 공식화했다. 롯바는 2030년까지 3개 메가 플랜트, 약 36만ℓ 항체의약품 생산 규모 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위치다. 롯바가 확정한 송도 공장 주소는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418’. 그런데 여기는 삼바가 지난 7월 착공한 제2캠퍼스 부지와 근거리에 있다. 삼바 제2캠퍼스 주소는 ‘송도동 430’. 바로 길 건너편으로 거리는 불과 250m, 걸어서는 4분 거리다. 삼바 제2캠퍼스는 약 36만㎡ 규모다.

업계 일각에서는 롯바가 국내 사업장으로 송도를 선택한 게 무엇보다 인력 확보를 염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그동안 롯바를 입주시키기 위해 오송, 시흥 등에서는 회사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롯바가 송도 진출 계획을 고수한 것은 인적 인프라, 특히 삼바의 인력을 영입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국내에서 CMO(위탁생산) 사업 경험이 있거나 임직원 대상 교육이 가능한 곳은 삼바가 유일하다”며 “바로 길 건너편에 똑같은 사업을 하는 공장을 짓는 것에 대해 기본적인 상도의마저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롯바는 인력유출이나 송도 공장 선택에 대해 사업성을 고려한 객관적인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롯바 관계자는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으로 인원은 계속 충원 중이지만 특정 회사 직원들을 목표로 영입 활동을 벌인 적은 없다”며 “공장도 송도가 바이오클러스터로 CMO 사업에 가장 적합한 곳이기에 선택한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캠퍼스(파란색 부분)와 롯데바이오로직스 공장 부지(빨간색 부분) 조감도[헤럴드DB]

한편 삼바에서 롯바로 이직한 직원들에 대한 법적 공방도 진행 중이다. 삼바는 2022년 롯바로 이직한 4명에 대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형사고발을 했다. 이 중 3명은 불기소 처분되고 1명(A씨)이 기소됐다.

지난 달 열린 1차 공판에서 기소된 A씨는 삼바 재직 시절 회사의 IT 작업표준서(SOP)를 개인 노트북에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표준서는 회사의 생산 설비 노하우가 담긴 것으로 회사 기밀 정보에 해당한다. A씨 측은 행위 자체는 인정하지만 이 파일을 롯바에서 사용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간 불필요한 갈등은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경쟁력 없는 단순 생산시설 증설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CMO 산업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지자체에서도 무분별한 기업 유치보단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